중소 암호화폐거래소들의 코인 상장폐지는 은행연합회의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난달부터 급증하고 있다. 특정금융거래법에 따라 오는 9월 24일 이후에도 암호화폐 원화 중개를 하려는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한다. 가이드라인에는 거래소가 취급하는 코인의 안전성 평가가 들어 있다. 세부 항목으로는 코인 개수, 코인의 신용도 등이 포함돼 잡코인의 수가 많을수록 거래소는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실제 정부가 파악한 암호화폐거래소는 60개인데 이 중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취득해 그나마 제도화된 곳에서만 지난달 181개 암호화폐의 상장폐지가 결정됐다. 한때 500개가 넘는 암호화폐를 상장했던 프로비트의 상장폐지 코인이 144개로 가장 많았고 포블게이트 18개, 아이빗이엑스 8개, 텐앤텐 7개, 에이프로빗이 4개였다. 아이빗이엑스의 상장폐지 코인은 지난 2월 2개에서 3월 6개, 4월 7개, 5월 8개로 증가했고 텐앤텐 역시 1월 6개에서 2·3월은 없었지만 4월 4개, 5월 7개의 상장폐지가 공지됐다.
그동안 암호화폐거래소들은 상장 암호화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은 4개 거래소 외의 거래소는 코인 투자 붐을 타고 회원 수를 늘리기 위해 4대 거래소에는 상장되지 않은 코인을 상장해 거래액을 늘려왔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 교수는 “코인 상장을 거래소 자율에 맡기다 보니 중소형 거래소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헐거운 상장 기준으로 코인을 상장을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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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상장폐지된 암호화폐 투자자다. 이들 거래소가 우선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상장폐지를 결정한 후 3개월까지 출금 가능 기한을 줘 투자자는 코인을 다른 거래소로 옮길 수는 있다. 그러나 코인이 일부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될 경우 가격이 급락하고 코인 중에는 다른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도 많아서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일부 거래소는 상장폐지 결정 후 출금 가능 기한을 3개월보다 적게 잡아 넉넉한 출금 기한도 보장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연착륙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9월 24일까지 시간이 얼마 없다 보니 거래소들이 한꺼번에 대규모 코인 상장폐지에 나서고 있고 이로 인한 시장 충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소비자 보호 의지를 드러내는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인 신고 기한을 추가로 늘려주는 것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실명 확인 계정은 물론 ISMS도 못 받아 문을 닫는 거래소도 많을 텐데 여기에 투자한 사람들의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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