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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거래소 합법화…송치형 업비트 대주주, 이정훈 빗썸 대주주 사기로 유죄 받아도 '적격성 패스'

[하루 20조 거래되는데...'허점 투성이' 특금법]

업비트·빗썸 최대주주, 자전거래·허위매매 재판받지만

거래소 허가 요건엔 '특경법 범죄 이력'은 따지지 않아

"국내 1·2위 규모, 투자자 많아 면죄부 준 것 아니냐" 지적

1일 암호화폐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가격 그래프가 표시되고 있다./연합뉴스




하루 거래액만 20조 원에 달하는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 최대주주가 사기·사전자기록위작 등의 혐의로 검찰·경찰 등 사정 당국으로부터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금융 당국이 거래소 신고를 거절하거나 심사를 중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하루에 수십조 원 규모의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거래소는 신뢰가 생명인데 사기 혐의를 받는 대주주가 버젓이 규제 공백을 이용해 해당 거래소의 중요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암호화폐거래소 신고 마감일(9월)이 다가오는 가운데 국내 1·2위 암호화폐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모두 최대주주가 현재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과 수사를 받고 있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최대주주(25.4%)인 송치형 의장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형법상 사전자기록위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송 의장을 포함한 운영진 3명이 지난 2017년 9월부터 11월까지 숫자 ‘8’이라는 ID를 만들어 전산을 조작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ID8’에 1,221억 원 규모의 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꾸미고 가짜 거래(허위로 자전거래)를 지속해 실제 회원의 거래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1심에서는 법원이 증거 부족을 이유로 송 의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검찰이 즉각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송 의장은 2018년 4월부터 두나무의 사내이사직을 맡고 있다.

빗썸의 실소유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도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장은 김병건 BK그룹 회장과 발행한 암호화폐 ‘BXA’를 빗썸에 상장할 것처럼 홍보하며 투자를 유치했지만 실제 BXA의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달 이 전 의장을 특경가법상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업계에서 이 전 의장은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져 있다. 이 전 의장은 빗썸코리아(빗썸 거래소 운영)의 최대주주인 빗썸홀딩스를 통해 빗썸 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다. 빗썸홀딩스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대주주는 디에이에이(29.98%)와 BTHMB홀딩스(10.70%)인데 이 전 의장은 두 기업의 대주주다. 두 기업과 우호 지분을 합쳐 사실상 빗썸홀딩스를 장악하고 있다.

문제는 두 거래소 최대주주의 사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현행법상 거래소를 허가 받아 운영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점이다. 암호화폐거래소의 자격 요건을 규정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거래소의 대표자 및 임원을 포함한 사업자가 금융 관계 법률 등을 위반할 경우에만 금융 당국이 신고 수리를 거부할 수 있도록 했다. 특경법이나 형법 등의 법률 위반 여부는 애초에 심사 고려 대상이 아닌 것이다. 하루 평균 수십조 원에 달하는 암호화폐 거래를 재판 결과에 따라 ‘사기범’이 소유한 거래소에 맡기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이 법적 공백에 따른 대주주 리스크 우려에도 국내 1·2위 거래소라는 점을 고려해 법령 마련 단계에서부터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특금법 개정안 시행 전에는 암호화폐와 관련한 범죄를 처벌하는 법이 없어 검찰이 형법상 특경법, 사전자기록위작 등으로 기소할 수밖에 없던 점을 금융 당국이 몰랐을 리 없었다는 것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특금법 시행령은 과거 암호화폐거래소 관련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금융 관련 법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을 간과한 법”이라며 “암호화폐와 관련해 특경법, 사전자기록위작 등으로 처벌을 받은 자 등 법에 관련 조항을 확정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관계 법률 위반 적용 시점도 문제다. 특금법은 거래소 대표와 임원이 법 시행일인 3월 25일 이후 저지른 법률 위반에 대해서만 심사하도록 했다. 최대주주의 범죄 혐의가 사실로 판명되더라도 3월 25일 이전에 벌어진 일이면 따지지 않겠다는 것이다. 송 의장의 사전자기록위작 혐의의 경우 금융 당국의 유권해석에 따라 범죄 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적용할 수 있지만 법 위반 시점이 지나 제재할 수 없다. 이는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온투법)’과도 대조된다. 온투법에 따르면 P2P 사업자는 8월까지 금융 당국에 등록을 마쳐야 한다. 금융위는 이 법률에서 대주주가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권오훈 차앤권 법률사무소 파트너 변호사는 “실제로 등록 담당 부서인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는 법 시행 전에 P2P 사업자 대주주가 금융 관련 법률을 위반한 경우도 결격사유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독 특금법에서만 법 시행 이후의 위법행위를 보겠다는 금융 당국의 입장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권 변호사는 “온투법은 P2P 대출업을 규제하기 위한 법률로 핀테크 금융 산업이라는 점에서 블록체인 가상자산 사업자와 유사한 면이 있다”며 “가상자산 사업자 자격과 형평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이 거래소 대주주 적격 심사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국회는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4월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암호화폐거래소의 신고 불수리 요건에 금융 관련 법률 외에 형법 및 특경법을 추가한 특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금융 당국도 이러한 허점을 인정하고 이 의원이 발의한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 FIU 관계자는 “관련 내용은 현재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 내용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예리 기자 yeri.do@decente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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