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웅열 전 코오롱 회장이 차량 공유 스타트업인 파파모빌리티(파파)의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퇴진 2년 반 만에 벤처투자자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전 회장은 지난 2018년 11월 ‘인보사 사태’가 불거지기 직전 코오롱그룹의 모든 직책을 내놓았고 청년으로 돌아가 플랫폼 기업을 창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2018년 창업해 2019년 6월 서비스를 출시한 파파의 2대 주주로 이 전 회장이 등재돼 있다.
1대 주주는 창업자인 김보섭 현 대표이고 하나벤처스·요즈마 등 벤처투자자로 주주가 구성돼 있다. 하나벤처스는 2019년과 올해 초에도 파파에 총 40억 원을 투자했고 이스라엘 벤처투자자인 요즈마인베스트먼트도 20억 원을 투자했다. 이 전 회장은 2018년 11월 코오롱그룹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천재들의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싶다. 내년 상반기 플랫폼 사업 준비를 하고 있다”고 창업 계획을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퇴임사를 대신해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인공지능과 블록체인,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공유 경제와 사물인터넷. 이 산업 생태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면 살고, 뒤처지면 바로 도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회사를 차리는 데 자금은 대겠지만 최고경영자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실제 그는 2019년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고 보유한 ㈜코오롱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등 창업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파파는 차량 공유와 자체 고용 기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품질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현재 약 70억~80억 원 규모로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업 가치는 200억 원 후반대로 회원 수는 10만 명 수준이다. 투자금은 현재 60대 수준인 공유 차량을 400대까지 늘리고 운영 범위를 강남에서 서울 전 지역으로 확대하는 데 투입할 계획이다.
파파는 택시 업계와 마찰을 빚다 시장에서 철수한 ‘타다’와 달리 기존 업계 및 정부와 공존하는 방식을 택했다. 타다처럼 급성장하지 못하더라도 기존 업계와 공존하며 안정적으로 크겠다는 전략이다.
파파는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차량 공유 등 플랫폼 운송 사업을 제도화하는 과정에 참여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차량 300대에 한해 실증 특례를 받았다. 다만 올해 4월 이후 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6개월 내로 플랫폼 운송 사업 기준에 따라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또한 매출의 5%는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규제 완화에도 투자와 사업 확대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에 파파처럼 차량 공유형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던 ‘차차’도 서비스를 중단했다.
대신 파파 등은 기존 택시회사와 달리 탄력요금제를 시행할 수 있고 운행 지역 제한을 받지 않는다. 비오는 날이나 출퇴근 시간에는 평소보다 높은 요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타다 운영 당시 자동차 증차 속도에 비해 기사 수가 부족했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기사를 1,000명 이상 확보하고 택시 면허 발급 제도도 간소화했다. 저렴한 요금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합석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이 전 회장은 코오롱 회장 재직 시절 골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성분 조작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2월 1심 법원은 코오롱의 관련 임원들에 대해 ‘성분 오류가 있었으나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이에 따라 이 전 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어 최종 유무죄를 가를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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