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원전 관련 주들이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주가가 쉬지 않고 내달리면서 국내 대표 원전주인 두산중공업(034020)은 10년 만에 시가총액 10조 원을 넘어섰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함께 나선다는 소식도 원자력 업종 전반에 투자 심리를 북돋았다.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은 전일 대비 10.33% 상승한 2만 5,100원에 거래를 끝냈다. 두산중공업은 최근 2주간 80.6% 급등했으며 이날 시총은 10조 6,043억 원(코스피 시총 37위)으로 지난 2010년 11월 이후 10년 7개월 만에 10조 원대를 회복했다. 이날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258억 원, 171억 원씩 두산중공업을 순매수했다. 이 밖에도 원전 관련 주인 보성파워텍(006910)(20.67%), 한전기술(052690)(3.02%), 한전KPS(051600)(6.17%) 등도 흐름이 견고했다.
원전 산업 협력이 한미정상회담 안건으로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달 21일을 기점으로 주식시장에서 원자력 업종이 오름폭을 확대했다. 이날에는 게이츠와 버핏이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소식이 모멘텀이 됐다. 2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게이츠는 자신이 설립한 테라파워와 버핏 소유의 퍼시피코프가 함께 나트륨을 이용한 발전소 나트리움을 짓겠다고 밝혔다. 테라파워는 친환경 에너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개발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두산중공업이 SMR을 개발하는 미국 원전 업체 뉴스케일(Nuscale)과 사업 협력 계약을 맺었다. 다만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MR의 상용화 시기는 빨라야 오는 2025년 이후로,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한미정상회담에서 언급된 원전 협력은 SMR이 아닌 해외 원전 수출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현 정권이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탈원전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도 주가에 탄력을 더하는 요소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레임덕이 오면서 정권이 바뀌면 원전 발주가 재개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두산중공업은 자회사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인한 재무구조 개선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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