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칩’이 들어간 컴퓨터를 켜고 ‘구글’로 문서 작업, ‘유튜브’를 시청하며 ‘스타벅스’를 마시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죠. 그런데 이 모든 회사들의 공통점.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미국 창업회사? 나스닥 상장? 아닙니다. 바로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한 민족, 모두 ‘유대인’이 세운 회사란 점입니다.
이들이 점령한 세상을 잠깐 한 번 볼까요? 아인슈타인, 골드만삭스 창립자 마르쿠스 골드만, 20세기 최고의 펀드 투자자 조지 소로스, 구글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마크 저커버그,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 앨런 그린스펀, 스티븐 스필버그… TV를 틀어도, 영화를 봐도, 신문을 읽어도, 월가에 가도 온통 유대인 세상입니다.
발을 안 뻗은 곳이 없는 유대인들은 IT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냅니다. 다른 분야보다 유독 IT 창업 분야에서 이들의 성공이 눈에 띄는데요. 그 이유는 유대인들이 가진 ‘000’이 창업생태계에 꼭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입니다. 피 터지는 창업 생태계에서 ‘000’으로 혜택을 받은 이들은 결국 살아남아 혁신을 이루고 지금의 세계적인 인물로 성장합니다. ‘000’이 뭔지 궁금하시다고요?
그리고 현재 잡스 이후 세상을 뒤흔들고 있는 한 남자,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뒤에도 유대 자본이 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요?
먼저 유대인들의 ‘000’. 바로 ‘단결력’입니다. 이 ‘단결력’은 이들이 창업을 하는데 필요한 3가지 버팀목을 만들어줍니다. 첫 번째, ‘자금’. 두 번째, ‘네트워크’. 세 번째, ‘실패해도 밀어주기’. 사실 창업에 있어 자금을 투자받는다는 건 거의 전부를 지원해준다는 얘기나 다름없는데요. 유대인의 고향, 이스라엘 출신 창업회사가 나스닥에 상장한 숫자가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라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특히 이스라엘의 ‘요즈마 펀드’는 세계적 벤처 발굴 및 육성 기업으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들을 적극적으로 투자해주고 있으며, 지난 30년간 미국 나스닥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IPO 및 M&A 등 성공적인 엑시트를 이끌어내고 있죠. 또 이스라엘에서 초기 하이테크 분야의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회사들은 자금력이 풍부한 미국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받습니다. 해외투자자가 전체 벤처투자의 약 87%로 비중이 높다고 하죠. 최근 세계 최대 반도체 공장인 인텔도 이스라엘에 연구개발과 반도체 제조 공장을 포함해 약 100억 달러를 투자하며 미국 다음으로 큰 지원을 했습니다. 인텔은 이스라엘 첨단기술 수출의 14%, 이스라엘 국내총생산의 2%를 차지할 정도라고 합니다.
유대인이 창업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샌디스크, 체크포인트, 페이팔 등 역시 유대인 출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유대인 창업가들이 투자를 받은 확률은 대단히 높습니다. “내 핏줄이 유대인”이란 사실만으로 사실 창업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셈이죠. 또 유대인들은 창업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인맥을 연결해주고 지식을 나눠주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줍니다.
네트워크는 경제계뿐 아니라 정치계까지 포함합니다. 특히 월가의 유대인 인맥은 더 막강합니다.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JP모건 씨티그룹 등은 모두 주요 주주들이 유대계인데요. “월가의 정치자금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가느냐에 따라 미 정권의 향방이 결정된다”는 공공연한 비밀도 떠돌 정도입니다.
마지막으로 유대인들은 창업에 한 번 실패해도, 두 번, 세 번 밀어줍니다. 한 번 실패했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 가능성이 더 높다는 판단 때문인데요. 실제로 요즈마 펀드 등은 실패한 98%의 창업자 지원을 위한 재원도 따로 관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펀드는 일반적으로 실패 이전보다 20% 이상 많은 추가 지원을 제공합니다.
그런데 왜 유대인의 이 창업 성공요소에 일론 머스크도 혜택을 받고 있다고 하는 걸까요? 냉정하게 일론 머스크는 이스라엘 출신도, 유대인 출신도 아닌데 말이죠. 그렇다면 이번에는 일론 머스크의 성공에 이 유대인 성공요소가 얼마나 작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엔지니어 아버지와 모델 겸 영양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1971년 태어났습니다. 어릴 적 청각장애를 의심할 정도로 조용하고 말이 없었던 아이였죠. 이때 일론 머스크는 굉장히 많은 책을 읽었는데, 우주, 공상과학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12살에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해 비디오 게임 ‘블래스타’를 만들고 이를 팔 궁리까지 했다고 하죠.
일론 머스크는 부모의 이혼 후 어머니를 따라 캐나다로 옮긴 뒤 다시 미국으로 넘어와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 비즈니스 스쿨 학부 과정을 마쳤습니다. 이후 스탠퍼드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밟기 위해 입학한 지 이틀 만에 중퇴하고 95년도에 ‘ZIP2’를 창업했습니다. ‘ZIP2’는 구글 지도와 생활 정보 검색 애플리케이션 ‘옐프’를 결합해 인터넷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온라인에서 창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서비스였습니다. 머스크는 이 ‘ZIP2’가 성공하자 ‘컴팩’이 인수한 ‘알타비스타’에 ‘ZIP2’를 3억700만 달러에 매각했죠. 컴팩에 자신의 사업체를 매각한 일은 머스크가 업계에서 눈도장을 찍은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ZIP2’매각으로 28살에 억만장자가 된 머스크는 또다시 99년 가진 돈의 절반을 투자해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 회사이자 인터넷 은행인 ‘X.com’을 창업했습니다. 일종의 핀테크 혁신의 첫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이 ‘X.com’은 당시 실리콘밸리에서 유대계인 피터 틸과 맥스 레브친이 세운 ‘컨피니티’와 송금 방식이 똑같았습니다. ‘독점에 대한 철학’이 확고했던 피터 틸의 판단상 그는 독점을 위해 ‘X.com’과 ‘컨피니티’가 합쳐야 한다고 판단했고, 2000년 3월 일론 머스크의 ‘X.com’과 50:50의 합병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 이름을 ‘페이팔’로 바꿨죠.
또 피터 틸은 투자받은 돈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모았습니다. 그는 이때 리드 호프만, 데이드 삭스, 키스 라보아, 로엘로프 보다 등 스탠퍼드 대학 친구들을 페이팔에 합류시켰습니다. 이들 중 유대인이 다수였기 때문에 ‘페이팔 마피아’는 또 다른 말로 ‘유대인 창업 마피아’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중심으로 이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됐습니다.
페이팔은 자금 지원부터 수월했습니다. 네트워크가 탄탄했던 덕에 창업 초기 ‘월가의 거물’이자 유대인 케빈 하츠로부터 투자를 받았고, 당시 벤처 거품 붕괴로 주식시장이 어려웠음에 불구하고 2002년 2월 창업 2년 만에 나스닥 상장에 성공했죠. 이후 페이팔은 비슷한 사업을 하고 있던 이베이에 15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받으며 회사를 넘겼습니다. 이때 모든 페이팔 동지들이 모두 돈방석에 앉는 순간이었을 겁니다. 머스크 또한 마찬가지로 1억6500만 달러 상당의 이베이 주식을 받았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금까지 본인이 쌓아 올린 자금과 네트워크를 믿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바로 2002년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민간우주선 개발회사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다음 해 전기자동차 개발회사인 ‘테슬라 모터스’를, 또 2004년엔 태양광 패널 제작회사 ‘솔라시티’를 창업했죠. 모든 사람들의 상상을 실현시켜주겠단 회사 ‘스페이스X’를 창업하며 그가 했던 이야기는 아직도 사람들에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인류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는 일론 머스크의 야심 찬 사업은 주변 투자자들을 흥분시켰습니다.
하지만 머스크의 뒤에 ‘유대인의 도움이 있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건 아마 그의 사업 과정에서 유대인 친구들이 많았고 실제로 일정 부분 투자를 받았기 때문인데요. 머스크와 절친한 사이였던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도 다름아닌 유대인이었고, 실리콘 밸리 창업시장에서 유대인 네트워크는 막강했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를 유대 자본이 돕고 있다는 추측들이 나왔던 거죠. 래리 페이지는 2005년 머스크의 사업에 자금을 투자했을 뿐 아니라 테슬라 이사회의 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래리 페이지 개인의 유일한 투자였죠. 또 머스크는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월가에 있는 뱅크들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현금을 빌려서 사용했는데 이때 이 뱅크의 헤드들이 유대계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주식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었던 건 아니었냐는 이야기도 나오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자금과 네트워크가 탄탄한 CEO라 해도 돈이 많이 드는 자동차, 로켓 사업이 연달아 성공하긴 쉽지 않았겠죠. 스페이스X 로켓 발사는 세 번째 실패했고, 테슬라 모터스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었으며, 솔라시티 투자자들은 자금 지원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머스크는 테슬라와 스페이스X 중 한쪽의 포기를 고민하기도, 래리 페이지와 테슬라의 매각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페이스X는 사실상 회사를 문 닫기 직전의 상황에서 네 번째 로켓 발사에 극적으로 성공합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NASA와 1.6조 원짜리 로켓 발사 계약을 체결하게 됐죠. 또 테슬라는 ‘투자설명회’에서 모든 투자자로 하여금 ‘최대한 이 사업에 참여해야겠다’는 인상을 주며 독일 다임러사로부터 테슬라 지분 10%를 넘겨주고 5천만 달러를 받기도 했습니다.
이후 머스크가 현재 세계 최고 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몇 해 전 테슬라 주가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 큽니다.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으로 이뤄져 있는 머스크에게 테슬라의 폭등은 그를 세계 1위의 자산가로 올려주었습니다.
지금까지를 살펴보면, 일론 머스크의 사업 궤도에 물론 성공한 유대인들의 투자와 네트워크가 있긴 합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이 사업 초기일 뿐, 실제로 일론 머스크가 정말 위기였던 순간에는 머스크 스스로 위기를 이겨내야 했습니다. 2008년 머스크가 사업을 접을 뻔 했을 때도, 최근 테슬라의 주가 상승에도 유대 자본의 도움은 보이지 않죠. 단지 머스크 주변에 성공한 창업가들이 많았고, 이들 중 유대인이 많았기 때문에 머스크도 이 혜택을 봤다는 이야기는 무리한 주장인 듯 합니다.
또 ‘유대 자본’이라는 것이 사실 미국 전역 어디에도 있고 부분을 특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일론 머스크와 유대자본을 연결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지금 전세계 사람들이 머스크의 계획과 실행력에 흥분하고 있고, 앞으로의 자금들이 일론 머스크의 사업에 굉장히 관심이 많으며, 머스크는 이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것을요.
/정수현 기자 value@sedaily.com, 김지윤 인턴기자 wldbs5596@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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