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강국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학계나 현장에서는 수소인재를 육성하기도, 그렇다고 잘 뽑기도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지원 예산도 적을뿐더러 지속적이지 않아 프로젝트 수행도 늘 불안하다고 한다. 심지어 수소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커지고 있지만 중소기업에서는 인재 양극화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발한 수소기술과 제품을 인증할 검증 기술도 부족하다. 수소산업에 대한 소리는 요란한데 내실은 부실한, 외화내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원왕연 경희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10일 그랜드&비스타워커힐서울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1’의 ‘수소경제 1등 국가를 위한 차별화 전략’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중소기업이 기술적 측면에서 겪고 있는 애로 사항을 해결하면서 인재 양성 사업을 펼쳐야 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인재 양성을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인재가 수소인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계로 진출해 산업 활성화가 이뤄지고, 다시 인력을 보충하는 선순환 사이클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 교수는 수소인재 양성 차원에서 산업이 요구하는 수소기술 위주의 커리큘럼을 만들 테니 함께 참여해달라고 했을 때 대기업·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대부분 거절의 답변이 왔던 경험을 전했다. 투자 효과가 낮다는 게 이유였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해도 인재들이 중소기업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회의적인 반응이었고, 대기업은 투자를 안 해도 알아서 좋은 인재가 온다는 확신 때문이었다. 이에 고민을 거듭한 원 교수는 인재 양성 프로그램만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겪고 있는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기업이 갖고 있는 난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참여한 인력도 기술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문제는 기술 개발 난제를 해결하기에는 예산이 턱없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 사회자로 참석한 정대운 창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술 개발 과제 지원금이 참여 학생에게 장학금을 간신히 줄 수 있는 정도”라며 “건당 1,000만 원 수준의 지원금을 주고 애로 기술을 해결하라는 것인데,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병행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인재 쏠림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서뿐만이 아니라 수소산업 밸류체인 전반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수소는 생산-저장·이송-활용 단계를 밟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활용 부문에서는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에 있어 기술과 인재가 몰리지만 생산과 저장·이송 부문에서는 걸음마조차 떼지 못해 인재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다. 원 교수는 “이를테면 수소생산 기업은 설비 한 대를 들이는 데 소요되는 23억 원 중 8억 원을 로열티로 지급하는 상황”이라며 “원천 기술이 없다 보니 생산 단가가 높아져 인재 투자가 모자라고 인재가 없다 보니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악순환 상태”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수소 분야에 특화된 인력 양성 사업을 흔들림 없이 장기간 추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 교수는 “인력 양성 사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교육 커리큘럼을 다 바꿔놨는데 지원이 끊기면 과가 다시 헤쳐 모이는 우스운 상황이 된다”고 토로했다. 인력 양성을 위해 참고할 만한 사례로 미국에서 에너지 정책을 관할하는 에너지부 주도로 센트럴플로리다대 등에 수소교육센터를 설립하고 연료전지에 초점을 둔 기초 지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을 들었다. 원 교수는 “이들 대학이 앞서 교육과정을 도입했지만 아직 수료증을 발급하는 형태의 단기 프로그램이라 한계가 있어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앞선 교육 커리큘럼을 설계할 수 있다”며 “서울대가 운영하는 엔지니어링개발연구센터(ERDC) 등이 참고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자체적인 인증 기술 개발 확보도 중요한 과제로 꼽혔다. 수소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개발되면 이를 확인하고 기술력을 인증할 수 있는 검증 기술이 절실한데 국내에는 관련 전문 인증 시설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이날 강연에 나선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수소와 관련한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외국에 가서 검증을 받는다”며 “이 경우 개발 과정에 투입된 모든 데이터를 다 가져오라고 해 개발 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독일의 대표적 시험 인증 기관인 ‘TUV SUD’는 최근 수소기술 산업의 성장세에 발맞춰 수소 생산·저장 및 유통·활용 부문 등의 시험 인증 서비스를 확대하는 추세인데 연간 매출이 6조 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이 같은 시장 규모가 2,000억~3,000억 원에 불과하다. 이 교수는 “인증과 표준 설정에 대한 문제를 병행해야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며 “수소기술이 첨단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먼저 검증 기술을 확보해야 선진국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혜진 기자 madein@sedaily.com,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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