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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기 극복 마중물 ‘중소기업자간 경쟁제도’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지금은 사라졌지만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집마다 물을 퍼 올리는 펌프가 있었다. 그 옆에는 언제나 물이 반쯤 담긴 양동이와 바가지가 놓여 있었다. 아무리 눌러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펌프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을 부어준 후 몇 번의 펌프질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시원하게 지하수를 뽑아 올렸다. 적지만 일단 한번 지하수를 끌어올리면 시원하고 맑은 물을 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1년 6개월이 지났다. 겪어보지 못한 위기에 사람들은 일상을 빼앗겼고 경제는 크게 위축됐다. 재난은 약자에게 더 가혹했다. 수출 중심의 대기업들은 선진국의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면서 조금씩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중소기업들은 공장을 멈추고 사람을 내보내며 생존을 위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 중기에 ‘공공 조달 시장’은 최후의 보루이자 버팀목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민간 수주가 급감한 가운데 연간 100조 원을 상회하는 공공기관의 구매력으로 중기에 안정적인 판로를 제공하고 성장을 지원해왔다. 특히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도’는 중기에만 공공 조달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대표적인 조달 지원 정책이다.

지난 2019년 기준 공공 조달 시장을 통해 612개 품목, 약 19조 4,000억 원을 납품했고 최소 88%의 낙찰하한율을 보장하며 중소기업 공공 조달 판로 확대를 위한 절대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제도의 안정적 운영과 혼란 방지를 위해 3년마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품’을 지정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될 품목도 바로 올해 지정된다.



혹자는 이 제도에 대해 소수 기업이 특정 품목 시장을 차지하는 과점 현상을 지적하거나 중기가 공공 조달 시장에만 안주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점은 업계가 아닌 수요 기관의 과도한 수의계약으로 발생하기도 하며 민수 시장에서도 특정 기업의 과점 현상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기에 제도만의 문제로 접근하기 힘들다. 복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다행히 제도의 건전성을 제고하고 공공 조달 시장에서 중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4월 정부 부처가 합동으로 ‘중소기업 공공 구매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는 중기 간 경쟁 제품 지정 이력과 운영 실적 등 성과 분석을 통한 관리를 강화하는 한편 특정 품목의 기업 집중도 조사, 신산업 제품에 대한 지정 요건 완화 등 시대 변화를 반영하고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개선책이 포함돼 있다.

마른 펌프를 움직인 마중물은 한 바가지의 적은 양이었지만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고맙고도 귀한 존재였다.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중기가 처한 상황은 무겁고 미래는 두렵기만 하다. ‘중소기업자 간 경쟁 제도’가 중기의 위기 극복과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여론독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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