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이메일보내기

증권국내증시
거래소 내부 기준 적용했다는데···상폐 사유 못밝히는 업비트

■모호한 상장·폐지 기준 논란

정부, 법·제도 등 가이드라인없어

객관적 평가보다 자의적 해석 우려

프로젝트 "협의도 없이 일방 통보"

법조계 "절차적 위반땐 분쟁 소지"

피해 큰 투자자도 문제 제기할수도

사진출처=셔터스톡




업비트 운용사 두나무를 상대로한 애니멀고의 소송을 계기로 업비트 등 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의 ‘고무줄’ 상장 규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이들 거래소는 상장 규정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없어 내부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장심사 및 폐지와 관련한 규정들이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지적이 게속돼 왔다.

거래소들은 법과 제도의 공백을 이용해 암호화폐 프로젝트로부터 뒷돈을 받고 ‘상장 장사’를 하더라도, 논란이 생기면 내부 규정을 들이대며 ‘꼬리 자르기’ 식 상장폐지를 결정할 경우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대형 거래소와 암호화폐 프로젝트 사이엔 뿌리 깊은 갑을 관계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업비트가 지난 11일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 30종에 대해 상장폐지 및 유의종목 지정을 기습적으로 알린 것도 업계에 만연한 이런 갑질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업비트는 페이코인(PCI) 등 암호화폐 5종의 원화마켓 상장폐지를 결정하며 ‘내부 기준 미달’이라고만 사유를 밝혔을 뿐 그 기준이 무엇인지 구체적인 설명은 하지 않았다. 유의종목으로 지정한 코모도(KMD) 등 25종에 대해서도 “팀 역량 및 사업”, “정보 공개 및 커뮤니케이션”이라는 모호한 내부 기준을 앞세웠다. 이날 상장폐지 또는 유의종목 지정 통보를 받은 프로젝트들은 “업비트가 제대로 된 기준이나 협의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프로젝트 관계자는 “기준이나 협의 절차 없이 원화 마켓 상장폐지를 하는 것은 문제”라며 “업비트 측의 소명 요청을 받고, 모두 소명했는데 갑작스러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예견된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암호화폐 시장이 하루 거래액만 10조 원이 넘는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상장과 관련한 규정은 여전히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상장폐지 기준을 살펴보면 △정부 기관 또는 유관 기관의 지시 △사용자들의 부정적인 반응 △업비트 사용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경우 등 실제 자산에 대한 정량적인 평가보다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사용자들의 불만이 계속적으로 접수되는 경우에도 해당 암호화폐 거래 지원을 종료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어 악의적인 여론 형성에 의한 ‘마녀사냥’식 상장 폐지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빗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빗썸은 △일 거래량이 미미하고 그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시가총액이 상장시 시총 대비 크게 하락하고 그 기간이 1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등을 상장폐지 기준으로 제시했는데 거래량과 시가총액 수준에 대한 판단 기준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주식 거래를 담당하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및 상장폐지 기준을 객관적인 수치로 정리해 공개한 것과 상반된다. 한국거래소는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폐지 기준으로 △사업보고서 미제출로 지정 후 법정제출기한부터 10일 이내 사업보고서 미제출 △자본금 50% 이상 잠식 2년 연속 △일반주주수 200명 미만 2년 연속 등을 제시하고 있다. 구체적인 평가 기준선을 둬 거래소의 자의적 판단을 최대한 배제했다.

문제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상장 폐지 결정으로 투자자가 손해를 보더라도 피해를 구제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상장 심사를 부실하게 한 경우 혐의점을 찾아볼 수 있지만, 증거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소가 상장심사를 소홀히 했거나, 프로젝트와 담합했다는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필요하다. 익명의 변호사는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코인을 상장하고 있다”며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모종의 담합이 의심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 담합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를 찾기 힘들어 투자자들이 피해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상폐 통보를 받은 프로젝트는 상황이 다르다. 모호한 상장폐지 기준이 오히려 거래소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폐지 과정에서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법적 분쟁의 소지가 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머니가 업비트 운용사 두나무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유사한 다른 상폐 프로젝트들의 줄소송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는 “(다른 암호화폐 프로젝트들도) 충분히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며 “업비트가 약관에 따른 절차를 다 지켰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급박하지 않은 데도 갑자기 상장폐지를 진행하는 것은 절차적 위반”이라며 “이 경우 기업 뿐 아니라 아니라 투자자가 1차로 피해를 보기 때문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정우·노윤주 woo@decenter.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우·노윤주 기자 woo@decenter.kr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이종환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발행 ·편집인 : 이종환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