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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2030세대가 '코인사다리' 못떠나는 이유

■이혜진 증권부 차장





“뜬다는 알트코인을 샀더니 바로 몇 배가 뛰는 것을 보고 ‘이래서 코인을 하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내가 열심히 한 달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을 단 며칠 만에 벌다니. 내 노동의 가치가 이것밖에 안 되는구나’라며 현실 자각이 왔기 때문이죠.”

최근 코인 시장에 된서리가 내리면서 코인 투자 열기가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2030들은 그와 유사한 시장을 맴돌고 있다. 이제는 게임스톱,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등과 같은 ‘밈 주식(인터넷상에서 입소문을 타고 등락하는 종목)’으로 이리저리 몰려다니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당 평균 임금 총액은 1만 9,316원으로 여전히 2만 원이 안 된다. 정규직은 2만 731원으로 겨우 턱걸이를 했지만 비정규직은 1만 5,015원으로 처진다. 지난해의 경우 이 금액은 심지어 전년보다 줄었다. 근로 일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시간당 임금은 평균치로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2030의 경우 실제 손에 쥐는 임금은 더 적다. 노동 소득이 절대적으로 적은 데다 증가율마저 떨어지다 보니 2030세대가 부실하기 짝이 없는 ‘코인 사다리’에 매달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과거의 2030은 어땠을까. 1976년에 도입돼 1990년 중반까지 시행됐던 재형저축은 직장인의 필수 통장이었다. 정부지원금을 합쳐 연 20~30%의 이자에다 비과세 혜택도 있었다. 당시 근로자들은 재형저축을 몇 번이고 재가입하며 돈을 불려나갔다. 이렇게 마련한 목돈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월급→저축 통장→아파트’로 이어지는 중산층의 사다리가 모두에게 주어졌고 성실하게 한 칸씩 올라가기만 하면 버젓한 삶을 꾸릴 수 있었다. 지금은 이 사다리가 모두 망가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이들이 투기에 쏠려 있다고 호통만 치고 있다면 자산 상승 사다리의 혜택을 실컷 누렸던 기성세대의 직무 유기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코인 투기와 관련해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얘기해줘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내놓았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2030이 ‘갈 수 있는 길, 가고 싶은 길’을 설계해주는 일이다. 물려받은 것 없이 시작한 젊은이들이 노력을 통해 모은 돈으로 집도 사고 중산층으로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지 그 길을 보여주는 것이 어른들의 몫이다.

시대는 바뀌었고 과거의 공식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는 없다. 정부가 2013년 재형저축을 부활시켰지만 금리가 2%대로 떨어지자 중도 해지자가 속출했다. 지금 유사한 금리형 상품을 출시한다고 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투자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현재 시행 중인 투자 중개형 ISA보다 더욱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주식, 대체 투자 등 위험 자산에 꾸준히 장기 분산 투자하면 어느새인가 목돈을 쥘 수 있게 하는 계좌다. 해외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다.

꼭 이 제도가 아니어도 된다. 정책 입안자들이 그저 2030이 믿고 한 계단씩 올라설 수 있는 ‘21세기형 재형 수단’을 고민해주기 바란다. 공정과 정의는 저 멀리 있는 형이상학적인 것이 아니다.

/이혜진 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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