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지만 은행 예금 금리는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시중에 유동성이 워낙 많이 풀리다 보니 은행도 굳이 정기 예·적금 금리를 올려 자금을 빨아들일 이유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암호화폐와 주식은 불안하고 부동산 투자도 여의치 않아 목돈 굴리기가 어려운 형국이 심화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 9일부터 ‘하나원큐 정기예금’의 1년 만기 금리를 0.9%에서 0.8%로 내렸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4월 현재 예금은행 만기 1년 정기예금 평균 금리(신규 취급액 기준)는 0.93%로 전월보다 0.01%포인트 내리며 지난해 8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또 예금은행 정기예금 중 금리가 0.75% 미만인 것의 비중은 30.8%로 역시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금리 0.75~1% 미만 비중은 49.9%로 비교 가능한 2016년 이후 최고치였다. 비교적 높은 금리를 줘 은퇴자들이 목돈을 많이 맡기는 저축은행 예금 금리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14일 현재 만기 1년 평균 금리가 1.68%로 올해 1월 1일(1.89%)에 비해 하락했다.
이는 시중에 돈이 워낙 많이 풀리다 보니 은행이 예·적금 금리를 올려 대응할 필요성이 낮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금 잔액에 대한 대출금 잔액을 뜻하는 예대율을 일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는데 은행에 잠깐 머무는 요구불예금이 워낙 많아 정기 예·적금을 많이 유치할 유인이 낮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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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대출 금리는 상승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4월 기준 예금은행 가계 대출 평균 금리는 2.91%(신규 취급액 기준)로 지난해 1월(2.95%)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대출 우대금리도 깎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16일부터 서울보증보험, 주택금융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전세대출의 우대금리를 각각 0.2%포인트씩 낮춘다. 그만큼 고객에게 적용되는 최종 대출 금리는 높아진다.
대기업, 공공 기관 직원 등 우량 대출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 대출인 ‘신나는 직장인대출’ ‘튼튼 직장인대출’도 우대금리가 각각 1.2%포인트에서 1.0%포인트로 0.2%포인트 줄어들며, 토지·공장 등 주택이 아닌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의 우대 한도 역시 1.0%포인트에서 0.9%포인트로 낮아진다.
우리은행도 14일부터 5개 개인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축소했다. 세부적으로 ‘우리 WON하는 직장인 대출’ 최대 우대금리 폭이 0.4%에서 0.3%로, ‘우리 신세대 플러스론’은 0.1%에서 0%로, ‘우리 첫급여 신용대출’은 0.3%에서 0.2%로, ‘우리 비상금 대출’은 1.0%에서 0.5%로 변경됐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줄이는 은행도 많아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15일부터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 판매를 일시 중단하기로 했다. MCI·MCG는 주담대와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이 보험에 가입한 대출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만큼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빌릴 수 있어 그만큼 주담대 한도가 줄어든다. 신한은행도 3월부터 MCI·MCG 대출을 중단했다.
/이태규 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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