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을 허위자료 제출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는 “박 회장이 지정자료 허위제출을 인식하고 있을 가능성이 현저하거나 상당하고,행위의 중대성 또한 높다”며 검찰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15일 공정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2017년부터 이듬해까지 하이트진로그룹의 현황 자료를 제출하면서 친족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연암, 송정,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 5개사 자료를 누락했다. 연암과 송정은 박 회장의 조카들이, 나머지 3개사는 박 회장의 고종사촌과 그의 아들 또는 손자가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이외에도 박 회장은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의 주주나 임원으로 있는 친족 6명과 그 외 1명까지 총 7명의 친족 관련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대기업집단은 매년 공정위에 계열사·주주·친족 현황을 담은 지정자료를 제출해야 하며, 관련 자료를 미제출 할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망에서 벗어나게 된다. 공정위 조사결과 대우화학, 대우패키지, 대우컴바인 등은 하이트진로 측과 내부거래 비중이 상당했다. 박 회장의 고종사촌 이상진 씨가 소유한 대우화학은 2018년 매출에서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55.4%를 기록했다. 이씨의 아들 회사인 대우패키지의 내부거래 비율은 51.8%, 이씨의 손자가 최대주주인 대우컴바인의 내부거래 비율은 99.7%에 달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이트진로음료는 사업장 부지를 대우패키지와 대우컴바인에 빌려줘 물건을 생산·납품할 수 있게 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는 일반 납품업체에 적용되지 않는 방식이다.
하이트진로 측은 계열사 직원들이 주주와 임원으로 있는 평암농산법인 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또 관련 법에 따라 대기업집단은 농산법인을 통해서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으며 농지를 임차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 측은 농지를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기도 했다.
성경제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경제력집중 억제시책의 근간을 훼손하는 계열회사 및 친족 누락 행위를 이번에 엄중히 제재함으로써 기업집단의 경각심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위장계열사를 철저히 조사하고, 적발되면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