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3차 협상 이후 중단된 한국과 중동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시 추진된다. 중동 걸프협력회의(GCC)와의 FTA가 중단된 후 양자 FTA로 전략을 바꾼 우리 측 제안에 중동 핵심 국가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화답하면서 지지부진했던 경제 통합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정부는 UAE를 시작으로 다른 중동 국가와도 추가 협정을 타진해 경제 영토를 넓히는 한편 원유 등 핵심 자원의 수급 안정성을 높일 계획이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UAE는 최근 우리 통상 당국에 양자 FTA를 체결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 UAE의 화답에 통상 당국은 유관 부처와 협상 준비를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으며 조만간 UAE 측과 공식 협상 개시를 위한 세부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중동 지역 6개국 관세동맹인 GCC 소속 국가와 양자 차원의 FTA가 논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을 비롯한 FTA 미체결 국가와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UAE와의 양자 협상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한·GCC FTA를 추진해왔으나 시장 개방을 두고 GCC 회원국 간에 의견이 엇갈리면서 2009년 이후 양측의 협상은 중단됐다. 이후 2014년 GCC 외교장관회의에서 협상 재개를 결정했지만 추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이에 정부는 GCC 차원의 협정이 사실상 쉽지 않다고 판단해 개별 회원국과의 양자 협정으로 중동 진출을 모색하기로 방향을 잡았고 시장 개방에 상대적으로 호의적이던 UAE가 우리 정부의 제안에 처음 응한 것이다. 협상 초기 단계라 변수가 남아 있지만 우리 정부와 UAE 양측 모두 경제협력에 대한 의지가 강한 만큼 중동 국가와의 첫 FTA가 타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는 UAE를 포함한 GCC 회원국과의 경제협력이 긴밀해지면 원유와 천연가스 등 핵심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한 전체 원유(445억 달러) 중 59.3%(264억 달러)를 GCC 회원국에서 들여왔을 정도로 중동에 대한 자원 의존도가 높다.
/세종=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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