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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쇼핑을 한다고?…사라진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백주원의 리셀]

넷플리스의 온라인 스토어 '넷플릭스닷숍' 이용화면/웹페이지화면캡처




세계 최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온라인 스토어를 열었답니다. 인기 콘텐츠와 연관된 제품들을 판매하는 ‘넷플릭스닷숍(Netflix.shop)’을 미국에서 먼저 열고 앞으로 몇 달 내에 다른 나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죠. 구독료 외에는 마땅한 수입원이 없는 상황에서 다른 수익원을 찾겠다는 건데, 유통업체들에게는 조금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는 동종 업계만 라이벌로 생각하면 됐는데 이제는 업계를 넘나들며 경쟁해야 할 기업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죠.

예전에는 유통업체는 유통업체끼리, OTT 플랫폼은 OTT 플랫폼끼리 경쟁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대형마트들의 10원 전쟁이나 e커머스 업체들의 무료 반품·최저가 경쟁 등 말이죠. 그런데 이제 ‘유통업체 VS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경쟁 구도가 생기면서 미디어 콘텐츠와 커머스의 영역 구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예견이라도 한 걸까요?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자신들의 라이벌은 넷플릭스”라고 밝히며, 지난해 콘텐츠 자회사 ‘마인드마크’를 설립하고, 실크우드와 스튜디오329 같은 드라마 제작사를 인수하기도 했죠.

‘콘텐츠가 살아야 제품을 사는 시대’가 되면서 유통 업계에서 미디어 콘텐츠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OTT 업체까지 막강한 콘텐츠 파워를 바탕으로 커머스에 뛰어들겠다고 하니 기존 유통업계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해 소비자를 끌어들여야 할 필요성이 생기고 있습니다. 단순히 상품을 팔고 배송만 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는 거죠. 이 때문에 유통업계에서는 PPL 수준을 넘어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고 직접 콘텐츠 제작에까지 나서는 모습을 보입니다.

CU 모델이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과 협업해 출시된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제공=CU


대표적으로 CU는 지난 2019년부터 KBS ‘신상출시 편스토랑’이라는 프로그램과 협업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어남선생(배우 류수영), 대용량 여신(배우 이유리), 집밥여왕(배우 오윤아) 등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연예인에게 애칭이 생길 만큼 화제가 되고 있고, CU의 밀키트나 가정간편식(HMR) 상품도 덩달아 인기를 얻고 있죠. 지난 19개월 동안 이경규의 ‘마장면’부터 류수영의 ‘또치닭’까지 CU에서 상품으로 재탄생한 메뉴만 26개에 이르며, 누적 판매량은 1,000만 개를 돌파했습니다.

라이브커머스도 점점 미디어 콘텐츠화(化)되고 있습니다. 초창기 라이브커머스가 시작할 때만 해도 TV 홈쇼핑처럼 상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점점 라이브커머스가 하나의 볼거리가 되어가고 있는 겁니다. 상품을 사기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보는 게 아니라 유튜브를 보듯 하나의 콘텐츠로 접근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죠.



라이브커머스의 대표 주자라 할 수 있는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지난해부터 다양한 예능형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방송인 하하가 호스트로 출연해 소비자들이 열광할 상품을 찾고 브랜드 직원과 판매 대결을 펼쳐 승자팀을 선택한 시청자들에게 쇼핑 혜택을 얹어주는 ‘베투맨’이나 김동완이 출연해 다양한 레저 아이템을 소개하는 ‘레리GO’ 같은 라이브커머스들은 단순히 상품 판매 방송이라기보다는 예능 프로그램에 더 가까운 듯합니다.

이베이코리아도 지난달 CJENM과 손잡고 슈퍼주니어 ‘신동’이 쇼호스트로 출연하는 예능형 라이브커머스 ‘장사의 신동’을 선보였습니다. 실시간 판매 방송에 그치지 않고 신동이 직접 브랜드 사를 찾아가 가격·상품 구성을 협상하는 하나의 완성된 예능 프로그램의 모습을 보이죠. 이용자들의 눈길 끌기에 성공하면서 장사의 신동은 방송 3회 만에 누적 매출 1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네이버 쇼핑라이브는 ‘김동완의 레리GO!’ 같은 예능형 라이브쇼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사진 제공=네이버


개그맨 김해준(카페사장 최준)이 출연하는 콘텐츠도 눈에 띕니다. 11번가는 지난 3월 최준과 ‘빕스 매장 털업’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고, 지난달 21일 최준과 ‘테라×스마일리’ 굿즈 단독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진행했습니다. 지난 11일에도 최준과 ‘배스킨라빈스 이달의 맛’ 라이브 방송을 선보였죠. 이 또한 성과가 좋았습니다. 배스킨라빈스 방송의 경우 시청자 수가 약 31만5,000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해당 방송 시간 동안 e쿠폰이 2만5,000장 이상 판매됐습니다.

e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점점 더 많은 상품들이 온라인에서 거래되고 있고, 업체들은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판매’라는 목적성이 두드러지고 콘텐츠로서의 재미가 약하면 소비자들은 쉽게 피로를 느끼고 채널을 돌리곤 하죠. 반대로 콘텐츠로서의 매력이 커지면 소비자들의 시선이 해당 상품에 한 번 더 머무르게 되고 이는 소비로 이어집니다. 미디어커머스가 점점 더 중요해지면서 앞으로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경쟁자들에 맞서 유통업계가 어떤 콘텐츠를 내세워 소비자들의 시선 끌기에 나설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백주원 기자 jwpai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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