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 이후 우리는 AI에 대한 환상에 빠졌다. AI가 모든 영역에서 인간을 대체하는 위협이자, 사람이 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지난 3~4년간 AI 영역에서의 가장 큰 진전은 바로 이런 환상이 깨졌다는 점이다. 이제는 AI의 실효성을 검증하는 과정이 끝나고 AI를 실용적으로 활용할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핵심 화두로 자리잡았다. 특히 모든 영역에서 AI 도입이 성공적일 수 없고, 한번 학습시킨 AI도 이후 환경변화에 따라 품질이 바뀔 수 있다는 인식도 형성되고 있다. 이제 AI 기술은 ‘이상’이 아닌 ‘현실’의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볼 수 있다.
환상이 깨지고 현실적 활용 방법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면서 오히려 AI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은 확대되고 있다. EY한영이 올해 초 국내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향후 2년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가장 집중적으로 투자할 분야(중복 응답)를 묻는 질문에 79%가 AI를 지목했다.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민첩하게 활용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AI에 대한 기업의 관심 증가는 당연한 현상이다. AI를 잘 활용하면 쏟아지는 데이터를 전수성으로 적시에 분석할 수 있고, 사람의 통찰력이 요구되는 핵심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사업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AI와 사물인터넷(IoT) 간 연결고리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상 IoT와 AI를 서로 상관관계가 없는 기술이나 영역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AI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IoT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AI가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이라면, IoT는 양질의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하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잘 관리되고 정확한 데이터는 혁신적인 인사이트를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데이터 품질을 끌어올리는 노력부터 기울이면 된다.
AI 적용 영역에 맞게 소위 ‘사전 학습된 모델(pre-trained model)’이라고 하는 AI들이 개발되면서, 이제는 AI 그 자체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있어야만 AI를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지혜가 조화를 이뤘을 때, AI는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아닌 인간의 가장 뛰어난 모습을 학습한 ‘디지털 동료’로서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효과가 확인된 AI를 빠르게 유사한 영역에 확대 적용해 비즈니스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과제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김수연 EY컨설팅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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