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명동과 강남 일대는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하나다. 외국 관광객들이 꼭 방문해야 할 장소 중 하나로도 꼽힌다. 관광객 증가로 숙박 수요가 많아졌고 급기야 오피스를 개조해 호텔로 바꾸기도 했다.
이들 상권에도 코로나19의 충격은 컸다. 버티다 못한 호텔들이 잊을 만하면 매물로 나왔다. 하지만 두 지역의 희비는 갈렸다. 강남권 일대의 호텔들은 매물로 나오면 곧 팔렸지만 명동 호텔들은 주인을 찾지 못한 사례가 많았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18일 “개발할 수 있는 입지 여건의 차이”라고 말했다. 강남은 호텔을 사들여 고급 주거 단지로 개발하려는 수요가 있지만 명동은 고도와 용적률 제한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매물이 쌓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 그랬다. 서울 명동 티마크 그랜드 호텔은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티마크 그랜드 호텔은 과거 대한전선의 옛 사옥인 인송빌딩을 리모델링해서 호텔로 재탄생한 곳이다. 지난 2016년에는 하나대체투자운용이 이를 매입했다. 그러다 3년 뒤인 2019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 협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무산됐다. 몸값에 대해 시장과 바라보는 눈높이의 차이가 컸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시 운용사는 2,000억 원 중반의 가격을 원했지만 호텔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며 “특히 그랜드 티마크 호텔이 위치한 명동 지역의 경우 남산 도시경관 보호를 위한 고도 제한에 걸려 부동산 시장의 큰손인 디벨로퍼들도 꺼리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매각이 여의치 않자 그랜드 티마크 호텔을 기초 자산으로 해 펀드를 운용하는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오는 7월 끝나는 펀드의 만기를 연장하는 식으로 일단 위기를 넘겼다. 하나대체투자운용은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호텔 매각이 불발되면서 운용 보수와 판매 보수를 기존 0.5%와 0.116%에서 각각 0.01%로 낮추기도 했다. 사실상 보수가 없는 수준이다. 분배 유보로 수익자들에 대한 배당도 중단했다. 호텔 임차인인 하나투어(마크호텔)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지난해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한 만큼 부동산 매입 시 실행한 대출금 이자 등 금융 비용을 충당하기에도 벅찼기 때문이다.
인근에 위치한 롯데시티호텔 명동도 사정은 비슷하다. 펀드 만기가 다가오면서 매각을 추진하다가 철회했다. 2015년 말 준공한 신축 호텔인 만큼 개발 가능성이 낮은 데다 관광업황의 회복이 늦어지면서 원하는 매각가를 받기 어려웠던 탓이다.
명동역 인근 대로변에 위치한 호텔스카이파크 명동센트럴과 명동2호점도 현재 매수자를 찾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위치는 좋지만 주거 단지로 개발하기 애매한 입지일 뿐더러 호텔업 자체의 매력도가 아직 높지 않다는 평가다.
명동은 아니지만 역시 남산 인근에 위치한 용산구 이태원동 크라운호텔 매각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현대건설 컨소시엄(현대건설·하나대체투자운용·알비디케이)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매각가에 대한 이견 차가 여전히 큰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매도자 측은 평당 1억 원을 웃도는 가격을 원하고 있지만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인근에 위치한 한남뉴타운과 나인원한남 등 고급 주거 단지를 겨냥하고 개발을 목적으로 인수를 타진 중이지만 남산 조망권에 따른 용적률 제한으로 개발 이후 수익성이 떨어진 게 차질의 요인이다.
이런 분위기는 최근 달아오르는 강남 지역의 호텔 인수전과 대비된다. 35년간 도산대로의 터줏대감이던 프리마호텔은 최근 평당 2억 후반대의 가격에 마스턴투자운용과 거래를 협상하고 있다.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쉐라톤 서울 팔래스 호텔과 역삼동 르메르디앙 서울 등도 평당 1억 원 후반~2억 원대의 높은 가격에 매각됐다.
IB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대개 호텔 부지는 교통이나 조망, 생활 편의 시설 등 입지가 좋은 곳이 많아 주거 시설로 개발할 유인이 많다”며 “특히 고급 주택 수요가 늘어나면서 개발을 통해 높은 수익성을 낼 수 있는 강남 지역 호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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