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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집값 상위 2% vs 98%로 국민 가르나

여당이 富를 통해 계급주의 조장 비판

집값 움직임 따라 공시가 매년 변동

과세대상 여부 6월1일돼야 판가름

조세법률주의 어긋나 정부도 난감

20일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집값 상위 2%로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 부동산 시장은 물론 정치권과 정부의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여당이 종부세를 놓고 국민을 ‘2대 98’로 갈라치기하려는 데 대해 중산층조차 어이없다는 반응이 나오는 실정이다.

특히 상위 2% 종부세는 납세자가 대상 여부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세금이어서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비판에는 정부도 동의하는 입장이다. 집값이 수시로 변동되고 공시가도 매년 바뀌기 때문에 상위 2%에 들어갈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한 뒤 소유자와 지자체의 의견을 듣고 4월 30일까지 확정한다. 여당은 매년 6월 1일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해 상위 2% 기준선을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당해 연도 6월 1일이 돼야 종부세 납부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이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높이기로 했지만 양도차익이 5억 원을 초과하면 기존에 최대 40%까지 부여했던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10%로 축소하기로 한 것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 등 고가 주택의 경우 1주택자도 양도세 부담이 최대 2배 가까이 늘어나게 돼 거주 이전 부담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의 졸속적인 부동산 세제 개편 추진안의 4대 문제점을 짚어봤다.

①단독주택과 아파트 형평성 논란

더불어민주당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주택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지난해 12만 5,000명에서 올해 18만 3,000명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 당론대로 상위 2%, 공시가 11억 원으로 바꾸면 대상자는 9만 4,000명으로 줄어든다. 현행대로라면 서울 아파트 4채 중 1채인 25%가 종부세를 내야 한다. ‘표심’을 의식해 부자도 아닌데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비판을 피하겠다는 계산이다.

그렇지만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상위 2% 과세에 따른 후폭풍도 만만찮다. 우선 단독주택과 공동주택 사이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올해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2% 기준선이 그어지는 지점은 공동주택과 단독주택을 합쳐 11억 원 남짓이다. 다만 시세를 반영한 공시가 현실화율은 단독주택이 55.8%로 공동주택(70.2%)보다 크게 낮다. 서울 성북동이나 평창동같이 시세가 더 비싼 단독주택은 빠지고 시가 반영률이 불리한 아파트는 대거 포함돼 애먼 중산층이 덮어쓴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공시가격이 균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강남 아파트만 대상에 포함된다면 실제 부유한 사람은 빠지는 공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2%는 부자니까 세금을 내라고 하면 강력한 조세 저항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②정부 주도로 매년 과세 대상 정하나



공시가격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인은 주택 가격과 공시가 현실화율이다. 과세 대상 기준을 상대적으로 적용하면 과세 요건을 명확하게 법률에 명시한다는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 주택 가격이 소폭 떨어지더라도 공시가 현실화에 따라 공시가격은 오를 수 있어 새롭게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생긴다. 반대로 자신이 보유한 주택 가격이 올랐더라도 남들보다 덜 올랐다면 종부세 부담 계층이 다음 해에는 빠질 수 있다. 집을 사면서도 종부세 대상인지 아닌지 납세자는 알 수 없어 불확실성이 크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당분간 상위 2% 이하 주택 거래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과세 대상을 특정할 수 있는 근거를 법률에 규정하고 구체적인 과세 기준 금액을 시행령에 위임하기 때문에 조세법률주의 원칙에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실상 정부가 공시가격을 주도해 정하고 이를 토대로 매년 정책적 판단에 따라 그때그때 세금을 매기는 것은 조세법률주의에 완전히 반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과표 구간을 정해놓고 물가에 따라 연동되는 방식과 함께 현재 종부세 세율 체계 조정도 병행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

③양도소득세 장기 보유 혜택 축소 등 고차 방정식 풀 과제 산더미

양도소득세 개정 역시 비과세 기준을 12억 원으로 높이면서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을 축소한 점이 논란이다. 양도 차익이 20억 원을 초과하면 공제율이 40%에서 10%로 줄어들게 된다. 예를 들어 10억 원에 취득해 10년 이상 한 집에 살다 양도 가액이 30억 원이라면 양도세는 8,700만 원을 내면 되는 것이 1억 3,100만 원으로 크게 뛴다. 오래 거주해도 양도 차익이 크다고 세 혜택을 줄이는 모순이어서 단기 보유를 부채질한다는 비판이 많다. 개발 후 수십 년이 지난 서울 강남과 여의도·동부이촌동 등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고가 지역에 10년 이상 장기 거주해 양도 차익이 많아진 1주택자는 지금보다 부담이 커져 거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시행 이후 1주택도 매물 절벽에 시달리고 강남의 거래 회전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다주택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예를 들어 상위 2%로 정하면 서울 강북의 공시가 10억 원 아파트 보유자는 제외되지만 지방에 5억 원짜리 두 채를 보유한 2주택자는 종부세를 내야 한다. 또 부부 공동 명의에 대해서는 현행 각 6억 원씩 총 12억 원을 공제해주는데 추후 보완책이 없다면 앞으로는 공동 명의 메리트가 떨어지게 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치권이 협소한 시각을 갖고 있는데 주된 곳에 살고 있으면서 오래 거주한 1주택자에 대해서는 아예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④조세법정주의 위반, 당정 또 정면 충돌하나

정부는 여당 당론에 부정적인 입장이어서 난감해 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상위 2%에 대해 반대하는 시각이어서 당정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역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정부의 불만도 예상된다.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커지더라도 민주당이 포퓰리즘적인 시각으로 법 개정을 강행하면 180석 뜻대로 흘러가게 된다. 다만 당정 조율 과정에서 정부가 제시했던 주택분 공정시장가액비율 90%로 동결, 장기 거주 세액공제(10%) 신설 등의 완화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차제에 취득세·보유세·양도세 등 부동산 세제를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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