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온시스템(018880)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LG전자 컨소시엄과 발레오 컨소시엄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정도로 LG전자는 신중함을 넘어선 소극적인 전략을 보이고 있는 반면 프랑스계 자동차 부품사인 발레오는 외부에서도 감지될 정도로 적극적으로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전장 강자 한온시스템이 외국계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 매각 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22일 경영권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실시한다. 매각 대상은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50.5%)와 한국타이어(19.5%)가 보유한 지분 70%다.
매각 측은 참여자가 원하는 인수 지분을 제시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자는 차원에서다. 또 한국타이어는 이달 말까지 한온시스템 우선 매수권을 갖고 있지만 그보다는 1조 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는 매각으로 방침을 굳혔다.
발레오의 행보는 눈에 띈다. 사모펀드 베인캐피탈과 손잡고 인수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 발레오는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인수한 뒤 되살 때 쉽도록 인수 지분 30%을 이상 가져가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발레오그룹은 국내 중견 부품사들과 합작사를 설립했고 생산 설비도 갖추고 있다. 공조 부품 중 열관리 시스템은 한온시스템의 시장점유율이 13%이고 발레오가 12%여서 양사가 합치면 1위 덴소(28%)의 아성을 위협할 수준까지 오르게 된다. 특히 전기차에 쓰이는 열관리 시스템 납품 경험은 덴소와 한온시스템만 갖고 있어 발레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 발레오와 손잡은 베인캐피탈은 일반적인 펀드와 달리 기대 수익률이 낮은 스페셜시추에이션 펀드로 이번 인수에 참여하기 때문에 다른 후보보다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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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중 유력 후보자로 거론됐던 LG전자는 사모펀드 칼라일과 공동 인수를 논의하고 있다. LG전자는 성장 동력을 자동차 전장 부문으로 삼고 있으며 마그나인터내셔널과 합작 법인을 설립해 파워트레인 부문을 강화할 계획이다. 한온시스템은 2019년 마그나로부터 유압제어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다만 회사에서는 공조 사업에 8조 원을 쏟아붓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여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LG전자가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결국 이 같은 가격 변수가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함께 SK·만도·컨피덴셜·밀레 등 국내외 전략적 투자자와 KKR·블랙스톤·TPG 등 해외 사모펀드가 투자 설명서를 받았으나 뚜렷한 움직임은 현재까지 감지되지 않고 있다.
상장사인 한온시스템의 주가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뛰고 있어 현재 주가 기준 지분 70%의 가격은 6조 7,000억 원 수준이다. 주가 상승이 가팔라 통상 경영권 매각 시 프리미엄을 얹어주지만 이번에는 오히려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상장사인 대한전선의 경우 사모펀드 IMM 프라이빗에쿼티가 호반에 매각하면서 주가 대비 40% 낮은 가격에 넘기기도 했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각 측이 사모펀드인 만큼 너무 높은 가격을 고수하기보다는 적정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가격으로 거래를 종결하는 선택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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