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정상화로 실적 가뭄을 탈피할 수 있다는 기대가 또다시 좌절되면서 한국전력(015760)이 7% 가까이 급락했다. 경영 부담을 덜어주려 ‘연료비연동제’가 도입됐지만 공기업의 책무만 강조되고 기업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간과되면서 소액주주의 신음은 깊어지고 있다.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전력은 전 거래일 대비 6.88% 추락한 2만 5,050원에 마감했다. 이날 하락 폭은 지난해 2월 28일(-7.79%)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가장 컸다. 이날 거래 대금은 직전 거래일 대비 약 4배 많은 3,470억 원으로 코스피시장 9위를 기록했다.
‘서민 경제’를 명분 삼아 정부가 밑지는 장사를 계속하라고 밀어붙인 것이 한전을 궁지로 내몰았다. 이날 한전은 올 3분기 전기료 연료비 조정 단가를 2분기와 동일한 1㎾h당 -3원으로 책정했다고 공고했다. 올 상반기 유가 등이 급등한 여파로 원료비가 대폭 올라 1㎾h당 3원의 요금 인상을 단행해야 했지만 정부가 유보 권한을 발동하면서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원재료 가격이 뛰면 손실을 입어야 하는 한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연료비 변동분을 석 달 단위로 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연동제’ 시행을 결정했다. 발표 이후 ‘정책 피해주’의 프레임을 벗고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지난해 마지막 9거래일 동안 한전의 주가는 16%나 뛰었다.
당초 방침과 달리 원가 부담을 한전이 오롯이 떠안게 되면서 주가를 지탱하는 실적 전망은 암울하기 그지없다. 이날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올해 지배주주 귀속 순이익 컨센서스는 7,868억 원 적자이며 유진투자증권(2조 3,470억 원)과 메리츠증권(1조 3,275억 원)은 조 단위 손실을 예상했다. 그나마 이는 하반기 요금 인상을 전제로 한 낙관적 전망이 섞인 수치라 향후 실적 추정치는 추가 하향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전은 올해 4분기에는 연료비 변동분이 조정 단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지만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어 실제 올릴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에도 요금 인상을 이끄는 요인이 있을 테지만 실제 올릴지 여부는 가봐야 한다”며 “당연하지만 전기료의 정상화가 한전 주가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ba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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