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공룡 애플은 지난해 오는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전 세계 제조 업계에 충격을 줬다. 글로벌 선진국들의 탄소 중립 목표 시점인 2050년보다 20년 앞당겨진 데다 전 세계 애플의 협력 업체들에 이 기준을 적용할 방침임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열풍을 주도하면서 국내에서도 참여가 이어지고 있으나 기업들의 행보는 여전히 더딘 편이다. 제도적 인프라와 유인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RE100에는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310여 곳이 가입해 있다. 이 가운데 한국 기업은 SK하이닉스·SK텔레콤 등 SK그룹 8개 계열사와 아모레퍼시픽·LG에너지솔루션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전자의 경우 해외 사업장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고 있으나 국내 사업장은 RE100 가입을 검토하는 단계다.
국내 기업들이 주저하는 이유는 한국의 산업구조 및 에너지 시장 등이 RE100을 위한 충분조건을 갖추고 있지 않아서다. 가장 큰 문제는 산업용 전기 요금은 낮은 데 반해 재생에너지 비용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점이다. 미국이 태양광, 중국이 수력 등으로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데 반해 땅이 비좁고 환경이 열악한 우리는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훨씬 비싸다.
정유·철강·반도체 등 탄소 배출량이 많은 기업이 주력인 우리 산업구조도 RE100 가입 속도를 더디게 하는 이유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비중은 약 28% 수준으로 미국의 2~3배에 달한다. 재계 관계자는 “비싼 신재생을 쓰면야 (RE100을) 할 수는 있지만 이는 결국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 같은 현실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라고 한다면 사업장을 해외로 옮기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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