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둘러싼 글로벌 패권 전쟁이 본격화하며 올해부터 내년까지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이 30개에 가까운 신규 공장 착공에 나선다. 이들 기업은 이르면 내년부터 경쟁적으로 신규 공장에 장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수년간 투입될 장비 투자액만 159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반도체 초호황기를 맞아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생산 시설 확충에 나서며 올해 말까지 착공할 공장이 19개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에는 10개 공장이 추가로 지어진다.
국가별로 보면 내년까지 중국과 대만에 각각 8개, 북미에 6개의 공장이 착공될 예정이다. 또 유럽 및 중동에 3개, 한국과 일본에 각각 2개의 공장이 지어지면서 총 29개가 확충될 것으로 보인다.
아지트 마노차 SEMI 최고경영자(CEO)는 “글로벌 칩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설될 29개 공장의 장비 투자액은 향후 몇 년간 1,400억 달러(약 159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전 세계 팹의 생산력 확대는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 등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에 부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부터 평택캠퍼스 2라인(P2)에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에 필요한 장비 반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며 3라인(P3)도 내년 하반기에 완공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도 최근 가동을 시작한 경기 이천 M16 팹에서 장비를 도입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업체들이 앞다퉈 생산 시설을 늘리기 시작하자 반도체 생산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경쟁이 글로벌 장비 확보전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SEMI는 분석했다. 착공 후 장비 설치까지 통상적으로 2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올해 착공되는 생산 라인의 대다수는 오는 2023년까지는 장비 도입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일부가 도입을 서두를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설치가 시작될 수 있다.
이미 올해 들어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관련 업체들의 주문액 증가세가 뚜렷해졌다. 지난 1월에는 지난해보다 29.8% 증가한 30억 3,820만 달러로 최고 기록을 달성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5개월째 3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전희윤 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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