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름이 시작되면서 장염비브리오균, 장티푸스, 노로바이러스, 세균성 이질 등 장마철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장마철 감염병은 기온이 상승해 미생물 증식이 활발해지고 야외활동이 많은 5월~9월 사이 주로 나타난다. 병원성 세균, 바이러스, 원충 등에 오염된 물이나 식품을 섭취했을 때 감염되며 구토·설사·복통 등 위장관 증상을 유발한다.
2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 같은 장마철 감염병으로 인한 집단감염 사례는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7년 5월 51건에 그쳤던 집단감염 사례는 2018년 5월 62건, 2019년 5월 72건 등 순으로 늘다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지난해 8건으로 급감했다. 그러나 올 들어 5월 다시 52건으로 크게 늘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코로나19 백신접종 등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 집단급식과 단체생활의 증가로 학교와 요양병원 등 시설에서 집단감염 발생이 증가할 수 있다"며 철저한 위생 관리를 당부했다.
노로바이러스는 대표적인 장마철 감염병 중 하나다. 노로바이러스는 비가 오면 땅속으로 쉽게 스며들어 지하수로 흘러가기 때문에 캠핑 등 야외활동이 많은 계절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오염된 지하수를 그대로 마시거나, 식기나 식재료를 세척해 사용하면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 또 감염된 사람이 조리한 음식을 먹거나 옷가지, 수건, 구토물이나 분비물 등에 접촉해도 감염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설사·구토·메스꺼움·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식중독에 걸린다. 영·유아부터 성인까지 감염되며 위·장에 염증을 일으키고 24시간 잠복기를 거친 뒤 설사·구토·복통 등이 1~3일 정도 생긴다. 회복 후 최소 3일~2주 전염력이 유지된다.
장염비브리오도 조심해야 할 감염병이다. 장염비브리오는 바닷물에 존재하는 식중독균으로 해수의 온도가 15℃이상일 때 증식을 시작하고, 수온이 높을수록 빠르게 증식한다. 장염비브리오 식중독은 오염된 물이나 어패류를 날것으로 먹었을 때 대부분 12~24시간 이내 구토, 복통, 설사,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인다. 비브리오 콜레라균 때문에 발병하는 콜레라 역시 설사와 탈수 증상을 일으키며 시간이 지날수록 피부가 푸른색으로 변할 수 있다.
장티푸스의 경우 잠복기는 3~60일(평균 8~14일)이며 주요 증상은 고열 지속·오한·두통·복통·설사·변비·피부 발진 등이다. 장티푸스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4~8주 동안 발열이 지속 될 수 있고 감염자 중 2%~5%는 대·소변으로 균을 배출하는 만성보균자가 될 수 있다.
세균성이질은 휴양지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감염병이다. 환자나 병원체 보유자와 같은 장소에서 수영을 하는 등 직간접적인 접촉에 의한 감염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증상으로는 고열·구역질·구토·경련성 복통·설사(혈변, 점액변)·잔변감 등이 있고, 일반적으로 경증의 경우 증상은 4~7일 후 저절로 호전된다.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은 미열·복통을 비롯해 물처럼 나오는 수양성 설사 등의 위장증상이 있으며, 증상은 약 5~7일가량 지속된 후 대체로 호전된다. 드물게 합병증으로 용혈성 요독 증후군(신장이 불순물을 제대로 걸러주지 못해 독이 쌓이면서 발생하는 질환)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장마철 감염병 중 장티푸스와 콜레라는 백신 접종으로 미리 예방 가능하지만 장출혈성 대장균 감염증, 노로바이러스, 비브리오 등 대부분 감염병은 뚜렷한 치료제와 백신이 없다. 이 때문에 감염 전 미리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전문가들은 개인위생 관리와 음식물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한다. 우선 물은 반드시 끓이거나 생수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가급적 지하수를 이용해 세수나 양치를 하지 말아야 한다. 입을 헹구거나 상처에 접촉하는 것으로도 감염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냉장고에 의존해 음식을 지나치게 오래 보관하지 말아야 한다.
감염병이 발병하면 건강한 성인은 충분한 수분 섭취와 음식 조절만으로도 상태가 좋아질 수 있지만 노약자나 면역력이 약하다면 고열과 탈수 등으로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에서는 환자 검체를 채취해 원인균을 조사하고 증상을 분석해 진단한다. 증상 완화와 탈수, 전해질 불균형을 막기 위해 수액 치료, 약물치료 등을 시행한다. 이미숙 경희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여름철 복통과 설사를 일으켜서 힘들게 하는 장티푸스, 이질 등 불청객은 단순한 소화기 계통의 트러블에 그칠 수도 있지만 복막염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잘 관리해야 한다”며 “구토가 심하거나 고열 혹은 탈수 상태가 되면 즉시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주원 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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