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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검은 돈' 얼룩… 쟁글, 코인 상장지원 대가로 5,000만원 요구

■ 서울경제 디센터 '쟁글 리스팅 매니지먼트' 계약서 단독 입수

공시 전문 기업 '쟁글' 거래소 상장 주선 5,000만원 요구

프로젝트와 거래소 간 별도의 '상장피' 부과 조항도 적시

은행연합회, 코인 안전성 평가에 쟁글 서비스 사용 권고

거래소 실명확인 계좌 발급 심사 스케줄에도 영향 예상

거래소 상장을 대가로 한화 약 5,000만원(4만4,000달러)을 요구한 쟁글 리스팅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서. /사진=계약서 사본




국내 최초의 암호화폐 공시 전문 플랫폼 ‘쟁글’이 거래소 상장 지원을 명목으로 프로젝트(코인 발행 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온 것이 확인됐다. 쟁글은 상장 주선료 외에 프로젝트가 실제로 상장에 성공할 경우 거래소로부터 추가 비용도 받기로 했다. 최근 대형 거래소들의 알트코인 정리 과정에서 거래소와 프로젝트 간 ‘상장피(listing fee·상장을 대가로 한 수수료)’를 둘러싼 진실 공방이 벌어졌으나 업계의 검은 거래 관행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서울경제 디센터가 단독 입수한 ‘쟁글 리스팅 매니지먼트 서비스’ 계약서에 따르면 쟁글은 A 프로젝트에 대형 거래소 상장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4만 4,000달러(약 5,000만 원)를 요구했다. 계약서에는 3개월 이내에 거래소 상장에 실패하면 계약 금액의 절반을 돌려주겠다는 조항도 적혀 있다. 쟁글은 암호화폐 공시 전문 기업이다. 최근 은행연합회가 은행들에 거래소의 실명 확인 계좌 발급을 위한 코인 안전성 평가에 활용할 것을 권고한 회사다. 코인 신용도 평가로 업력을 쌓아온 기업이 사실상 ‘상장 브로커’ 역할을 해온 셈이다.

쟁글은 ‘상장피’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했다. 업계에 소문으로만 떠돌던 상장피 관련 의혹이 최초로 공식 문서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쟁글은 계약서에 상장 주선료인 4만 4,000달러 외에 “프로젝트와 거래소 사이에 상장피가 별도로 책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 이름은 표기하지 않았지만 쟁글과 프로젝트는 사전에 계약할 때 상장 희망 거래소를 지정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준우 쟁글 대표는 “대학 입시 컨설팅처럼 거래소에 상장을 희망하는 프로젝트에 서류 작성 등을 도와주고 정당하게 비용을 받은 것”이라며 “의도와 달리 (상장 브로커 역할을 한다는) 시장의 오해 때문에 2주 전에 해당 서비스를 종료했다”고 해명했다.

쟁글이 상장을 대가로 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은행들의 거래소 실명 확인 계좌 발급 심사 작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연합회의 권고에 따라 코인 안전성 평가에 쟁글 서비스를 활용한 은행들의 경우 심사 자체를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쟁글이 상장 브로커 역할을 해왔다는 의혹이 드러난만큼 사실관계를 정확히 따져봐야 할 것”이라며 “업계에 만연된 상장피 문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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