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투자자들에게는 익숙한 조언이다. 하나의 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지 말고 여러 종목 또는 자산을 분산하라는 의미다. 분산투자를 하는 목적은 간단하다. 투자 시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 소중한 종잣돈을 한 번에 잃는 것보다는 기대 수익률을 다소 낮추더라도 위험을 관리하는 편이 낫기 때문이다.
분산투자는 크게 종목·자산·시간·자금 분산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종목 분산은 하나의 자산군 안에서 다양한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다. 최근 유동성 확대로 인해 주식의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여러 종목의 주식에 나눠 들어가는 투자자도 많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나 인덱스펀드가 개별 종목보다 변동성이 작아 기대 수익률이 낮은 대신 위험도 낮듯이 종목 분산은 변동성을 낮출 수 있는 수단이다. 하지만 종목 분산을 하더라도 투자 대상이 주식이라는 자산 하나에만 집중된 만큼 주식시장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자산 분산은 다양한 자산군에 골고루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자본시장에는 주식·채권·부동산·원자재 등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이 각기 다른 자산들이 존재한다. 하나의 자산에 투자하기보다는 각 자산의 상관관계를 감안해 여러 자산에 투자해 변동성을 관리하는 방법이 자산 분산이다. 일반적으로 자산 배분 펀드나 혼합형 펀드가 코스피지수나 주식형 ETF보다 낮은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을 보이는 것은 폭넓은 자산 배분의 결과다.
시간 분산은 한 번에 투자하지 않고 투자 시점을 여러 시기로 나눠 장기간 투자하는 방법을 말한다. 소위 적립식 투자가 시간 분산투자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주식이나 채권은 모두 수익률이 고정돼 있지 않고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다. 이 때문에 최적의 투자 또는 매도 타이밍을 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타이밍 투자에서 발생하는 위험은 시간 분산을 통해 감소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금 분산은 투자 목적별로 자금을 나누고 자금 성격에 따라 다른 투자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살아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적이 발생한다. 주택 장만, 자녀 학비 마련, 여유 자금 운용, 노후 대비 등이 대표적인 예다. 투자자는 고정적이든 고정적이지 않든 발생하는 소득의 일부를 투자 목적별로 구분하고 적정한 방법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중 연금 자금의 목적은 명확하다.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다. 이러한 연금 자금을 일시적으로 발생한 여유 자금과 동일시해 타이밍 투자나 집중투자로 운용하는 것은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라는 투자 목적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 연금 자금은 경제활동을 하지 않거나 소득이 감소하는 노후의 경제적 위험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 자금이다. 은퇴 예상 시기에 따라 알아서 자산을 분산투자해주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의 상품으로 위험을 낮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간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조급함은 투자를 실패로 이끈다. 연금 자금만큼은 일반 자금과 구분해 길게 생각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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