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명품 중 하나로 꼽히는 샤넬이 7월부터 가격을 인상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인상 직전 마지막 날인 30일 전국 주요 샤넬 매장 앞에는 오픈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대기 행렬로 장사진을 이뤘다. 가격 인상 전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려는 수요가 몰린 탓에 새벽부터 '오픈런(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을 뛰어도 당일 입장조차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명품 선호 현상이 나타난데다 리셀 거래로 수익을 내려는 일명 '샤테크(샤넬+재테크)'족이 늘어나면서 가격 인상에도 이같은 대란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신세계(004170)백화점 강남점에는 백화점 오픈 전부터 샤넬 매장 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수십명의 사람들이 통로는 물론 에스컬레이터 옆까지 빼곡히 앉아 입장을 기다렸다. 휴대전화를 바라보면 대기를 하던 김모(28)씨는 "그동안 몇 번 오픈런을 해도 원하는 상품을 사지 못해 포기할까 했다가 오늘이 지나면 10% 이상 오른다고 해서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와봤다"고 말했다.
개점 30분 전인 10시가 되자 한 직원은 태블릿PC를 통해 순서대로 대기 명단을 받았고, 한 직원은 고객들의 체온을 재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기 명단 접수가 금세 마감되자 이름을 못 올린 사람들이 개점 후 샤넬 매장 앞에서 대기 명단을 추가 작성하기 위해 백화점 셔터 문 주위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후 셔터가 반쯤 올라가자 수십명의 대기 고객들이 몸을 숙여 순식간에 샤넬 매장으로 달려갔다.
같은 시간 서울 소공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도 평소보다 2~3배의 인파가 몰려 100여명의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명품 관련 커뮤니티에는 최근 오픈런이 심해지면서 오전 7시에 줄을 섰는데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는 토로도 잇따랐다.
이달 들어 샤넬의 오픈런이 더욱 심해진 것은 다음 달 1일 샤넬이 가격 인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명 커뮤니티와 명품 브랜드 셀러 등을 통해 샤넬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자 더 많은 인파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샤넬은 다음 달 1일부터 클래식백, 19백, 보이백 등 인기 제품의 가격을 약 12% 가량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샤넬은 매년 3~5% 가량 가격을 올려왔지만, 10%대로 인상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식 미디움 가격이 864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인상 후 가격은 967만 원으로 1,000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앞서 샤넬은 지난 1월에 19 플랩백 미디움의 디자인과 소재를 변경한 후 629만 원에서 643만 원으로 2.2% 올리고, 2월에는 트렌디 CC백을 631만 원에서 668만 원으로 5.9% 올린 바 있다. 지난해에는 5월과 11월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이에 일각에서는 명품 본사의 갑질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지만, 업체 측은 환율 조정 등 본사의 가격 정책에 기반한 것이라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보복소비와 플렉스 소비로 국내 명품 수요가 급증하면서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며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상황에서 가격을 계속 오르다보니 재테크족까지 붙으면서 오픈런은 더욱 과열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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