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꺾일 줄 알았는데 도무지 하락할 생각을 안 하네요. 너무 섣부르게 판단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되네요.”
2개월 전 코스피 하락을 예상하고 인버스 투자에 투자한 김성주(가명) 씨는 요즘 고민이 깊다. 코스피가 3,300선을 뚫고도 도무지 내릴 생각이 없으면서 손실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씨처럼 올해 고공행진 중인 코스피 조정을 노린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된 자금이 1조 4,000억 원을 넘겼다. 코스피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아지는 가운데 금리 인상, 델타 변이, 공매도 재개 등 리스크가 주가 하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정작 증시는 상승세를 타고 있어 일부 상품의 경우 손실률이 26%에 육박해 인버스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1~30일) 개인투자자는 코스피지수 하락률의 2배를 추종하는 ‘KODEX200선물인버스2X’를 3,149억 원어치 사들였다. 삼성전자, 카카오 등에 이어 개인 순매수 5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외에도 개인은 ‘KODEX 인버스’를 656억 원 규모로 사들이는 등 지수 하락에 대한 베팅을 늘리고 있다.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가 역시 ‘KODEX200선물인버스2X’를 308억 원 순매수했다.
이 같은 추이는 올 상반기 내내 이어져 오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인버스와 곱버스를 합친 지수 인버스에는 1조 4,199억 원이 유입됐다. ‘KODEX200선물인버스2X’에만 9,411억 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외에도 ‘KODEX 인버스(3,490억 원)’ ‘HANARO인버스(460억 원)’ ‘TIGER200인버스2X(298억 원)’ ‘KBSTAR200인버스(205억 원)’ ‘TIGER인버스(170억 원)’ 등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올 4월 장중 고점(1,031.95)을 넘어서지 못한 코스닥 추종 인버스 ETF에서 662억 원의 자금이 유출된 것과 상반되는 결과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순매수한 인버스 종목들의 손실률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가 연초 이후 14.73%나 오르면서 인버스 ETF는 연초 이후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까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KODEX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주가가 26.29%나 빠졌고 지수 하락의 1배를 추종하는 ‘KODEX 인버스’ 역시 -13.5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불어나는 손실에도 코스피의 고점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면서 인버스 ETF 투자는 급증하고 있다. 실제 증권가에서도 고점 논란이 속속 제기되는 추세다. 특히 올 5월 507억 3,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45.6%나 늘며 고점을 찍은 국내 수출 등 경제 지표가 오는 3분기부터는 상승 모멘텀이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까지 높은 이익 증가율과 함께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했지만 글로벌 주요국 제조업구매자관리지수(PMI)가 이미 고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이는 등 기대감이 상실될 경우 향후 증시 방향성을 바꿀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5월 재개된 공매도 역시 일부 개인투자자의 인버스 투자를 늘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공매도 재개 초기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으로 대상이 한정된 만큼 이들을 중심으로 지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 외국인투자가의 경우 공매도가 재개된 지난달 3일부터 이달 29일까지 19조 원 넘는 공매도 거래 대금을 기록했고 이 중 공매도 거래 대금은 코스피에서만 15조 원을 넘겼다.
이 같은 우려에도 코스피는 이달에만 수차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공매도와 상관없이 상승 추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6월 중 주가 하락률이 높은 코스피200 구성 종목(15종목)의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율을 살펴보면 평균 5.0%를 기록했는데 정기 변경 대상 종목을 제외한 전체 종목들의 평균이 4.7%를 기록해 큰 차이가 없었다”며 “다시 말해 주가 하락률이 높았던 종목의 경우에도 유별나게 공매도 비중이 크게 작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증시가 투자 환경 등 리스크 요인에도 불구하고 3,300선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인버스 투자가 느는 것은 코스피가 3,300선을 넘기며 고점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며 “다만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유동성(현금)을 좀 더 많이 확보하거나 안전 자산으로 자금을 옮기는 것이 좋고 주식 시장에서는 금융주와 배당주 등으로 향후 통화정책의 변화를 대비해 안정적인 포지션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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