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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규제지역 쏟아내다 길 잃은 정부

진동영 건설부동산부 기자





“효과를 떠나서 지금 수도권에서는 규제 지역이 아닌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운 수준인데, 이러면 규제 지역의 존재 이유가 뭡니까?”

지난달 30일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 회의를 앞두고 규제 지역을 새로 지정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한 전문가가 한 얘기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호재를 타고 경기 동두천 아파트 값이 올해 11.35% 오르는 등 비규제 수도권 지역의 신규 규제 지역 편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부는 “1~2개월간 더 지켜보겠다”며 현 규제 지역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조정 대상 지역을 111곳까지 대거 늘리면서 시장 대응 방안의 최우선으로 규제 지역을 활용해온 정부가 갑자기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이다. 명분은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남은 변수가 많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거지만 시장에서는 규제 지역 지정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정부가 드디어 인정한 것 아니겠냐는 반응이다.



정부는 집값이 과열된 특정 지역만 핀셋처럼 규제한 뒤 시장이 안정되면 돌려놓겠다고 했지만, 규제 지역 지정 때마다 규제 효과는 적고 주변 지역이 더 오르는 부작용이 불거지면서 계획대로 된 적이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규제 지역이 아닌 곳에 사는 국민을 찾기가 더 어려운 수준이 됐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전 국민의 70.1%에 달하는 3,632만 명이 조정 대상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부의 일방적 시장 규제가 순기능보다 역효과를 더 부른다는 건 지난 4년간 자명하게 드러났다. 양도세와 보유세 부담을 늘리고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를 폐지하는 등의 조치는 시장에 나올 매물을 줄여 매매가뿐 아니라 전세난까지 불렀다. 정비 사업 규제는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을 막지 못했고, 오히려 너무 오래 틀어막은 탓에 규제 완화 기대감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가장 큰 문제는 누적된 규제가 일상이 되면서 이를 풀었을 때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끝도 없이 많아진 규제 지역은 결국 언젠가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도심이 규제 지역이 된 상황에서 이를 하나하나 풀 때마다 시장 상황은 다시 크게 요동칠 수 있다. 출구 전략 모색만큼은 시장과 소통을 통해 이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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