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매니저가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투자용으로 주식을 더 많이 빌려줄 수록 오히려 펀드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상 펀드 매니저들은 주식 대여로 얻는 이익을 펀드 운용애 사용하고, 결과적으로 고객의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와 다르다는 것이다.
3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조지메이슨대 소속 데릭 호스트메이어 교수는 최근 액티브 펀드 매니저의 주식 대여와 수익률의 상관관계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미국 내에서 운용되는 모든 뮤추얼 펀드를 대형주와 성장주, 가치주, 해외시장, 신흥국 시장 총 5개 항목으로 분류했다. 이어 각 펀드별로 공매도 기관에 대여하는 주식이 1% 이상인 펀드 매니저와 1% 미만인 펀드 매니저를 나눴다. 조사 결과 보유 주식 가운데 매해 평균 1% 이상을 빌려주는 펀드매니저는 연간 평균 수익률이 0.62% 포인트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경향이 뚜렷해진다. 대형주 펀드의 경우 1% 이상 대여 펀드 매니저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12.93%인데, 이는 1% 미만 펀드 매니저의 10년 평균 수익률 13.29%보다 0.36% 포인트 낮았다. 대여 비중이 2% 이상으로 늘어나면 수익률은 12.78%로 더 감소했다. 대형주보다 덜 안정적인 성장주나 해외 주식 대상 펀드로 갈수록 수익률 격차는 더 커진다. 호스트메이어 교수는 “성장주의 경우 1% 이상 대여 펀드 매니저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1% 미만 대비 1.22% 포인트 낮고, 해외 주식 펀드는 1% 이상과 1% 미만 수익률 격차가 0.64% 포인트가 났다”고 분석했다.
또한 대여 주식 비중이 낮을 수록 수익률의 변동 폭도 적었다. 가령 대형주 펀드 가운데 주식 대여 비중이 1% 이상인 매니저의 10년 평균 수익 변동률은 15.51%로, 1% 미만(15.21%) 대비 높게 나타났다.
호스트메이어 교수는 “펀드 매니저가 주식을 기관에 많이 빌려주고 있다면 고객 수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결론”이라며 “그럼에도 펀드사들은 거의 한도에 가깝게 주식 대여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펀드 매니저의 주식 대여 수익이 고객의 수익으로 항상 이어지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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