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품귀난 탈출에 시동을 걸고 있다. 기아는 이달부터 반도체 수급이 예년의 90% 수준으로 회복되고 현대차는 일부 공장에서 특근을 하며 가동률을 끌어올리고 있다. 하반기 생산이 정상 궤도에 다가서면서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5일 기아 노조에 따르면 기아 임원진은 최근 경영 현황을 공유하며 “7월부터 차량용 반도체 공급이 품귀 사태가 불거진 연초 대비 90%가량 회복될 것”이라고 밝혔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7월 말부터는 그간의 생산 차질이 완전히 해소될 것이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8월부터는 정상 범주에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현대차는 아직 기아만큼 우려가 말끔히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같은 공급선을 가진 점을 고려하면 개선의 리듬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주력 차종인 제네시스 GV70과 GV80·싼타페를 생산하는 울산2공장이 지난달 말부터 특근을 재개하며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올해 초 한파·화재 등 자연재해로 생산 차질을 빚었던 차량용 반도체 제조사들은 복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석 달 만에 생산 능력을 회복했다. 일본 르네사스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6일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이바라키현 나카공장의 화재 피해 복구 작업을 완료했다. 이 공장에서는 지난 3월 차량 주행을 제어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을 양산하는 건물에서 불이 났다. 당시 화재로 건물 내 공간 600㎡가량이 소실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자동차 기업이 감산에 들어가는 등 피해를 봤다.
NXP와 인피니언도 2월 반도체 생산을 중단했다가 3월부터 가동을 재개했다. NXP·인피니언 공장은 모두 자동차용 MCU를 생산한다. NXP·인피니언의 공장은 지난달부터 정전 사고 이전 수준의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 해결의 열쇠를 쥔 ‘핵심’으로 여겨졌던 TSMC가 하반기부터 생산량 확대에 나서는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있다. TSMC는 자동차에서 여러 전장 시스템을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반도체인 MCU의 전 세계 생산량 70%를 책임지고 있다. 3대 MCU 제조사인 NXP·르네사스·인피니언의 TSMC 위탁 생산 비중이 매우 높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최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월에는 심각한 반도체 부족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급난이 풀리면서 현대차·기아의 하반기 실적 개선도 눈에 띌 것으로 전망된다. 북미를 비롯해 동남아 등 신흥 지역에서 수요 호조가 계속되고 있어 생산만 정상화된다면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올 하반기에 신차를 적극 투입해 한층 기세를 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전기차전용플랫폼(E-GMP)이 적용된 첫 전기차 아이오닉 5가 본격적으로 판매될 예정이고 첫 픽업 싼타크루즈와 제네시스 GV70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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