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성장금융운용의 3차 기업구조혁신펀드 운용사 선정을 두고 여러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1차 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곳이 다시 선정 된 것이 이유다. 기존 펀드의 소진율이 낮은 상황에서 투자 목적이 일부 겹치는 펀드를 추가로 조성하면 수익자 간에 이해 상충의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성장금융은 지난달 말 1조 원 규모의 3차 구조혁신펀드 운용사 6곳의 선정을 끝냈다.
사모펀드(PEF)는 NH프라이빗에쿼티(PE)-오퍼스PE, KTB PE가 뽑혔다. 또 사모대출펀드(PDF)에는 큐리어스파트너스, 화인자산운용이 이름을 올렸다. PEF 루키 리그에는 유일기술투자와 휘트린씨앤디-멜론파트너스가 성정됐다.
결과가 발표된 후 업계 일각에서는 의외라는 반응도 있다. 이미 성장금융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곳이 다수 이름을 올려서다. NH PE-오퍼스는 1차 구조혁신펀드 운용사로 총 2,040억 원의 블라인드 펀드를 운용 중이다. PDF 부문에 뽑힌 큐리어스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1,015억 원의 블라인드 펀드를 투자하고 있다. 그나마 NH PE-오퍼스는 1차 펀드를 70% 소진한 것으로 전해진다. 모베이스전자, 홍인화학, 창의와 탐구, 한진중공업, 신한중공업에 투자했거나 투자 예정이다. 박문각은 투자해 회수하기도 했다. 펀드 자금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관련 분야 투자를 이어가기 위해 새 펀드를 조성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에 PDF 운용사로 선정된 큐리어스는 아직 펀드 소진율이 50% 선이다. 성동조선해양을 비롯해 우진기전, 롯데관광개발, 스파크플러스 등이 대표 포트폴리오다. 코로나19에 따른 초저금리 기조와 유동성 장세로 구조조정 매물이 많지 않아 펀드 소진에 속도가 더디다.
기존 기업구조혁신펀드는 에쿼티 투자 뿐 아니라 대출 투자도 가능하다. 부실채권, 메자닌, 특수상황(스페셜시추에이션) 등도 투자 대상이다. 특정 기업에 에쿼티와 전환사채(CB)를 동시에 투자할 수 있다. 자칫 펀드간 경합이 발생, 펀드 출자자간 이해상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큐리어스가 진행한 우진기전 투자는 모회사 에이스우진이 발행하는 1,800억 원 규모 CB를 인수하는 형태였다. PDF 투자와 비슷한 셈이다.
이 때문에 성장금융이 출자자 선정에 있어서 보다 깐깐한 기준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있다. 루키리그를 만들어 보다 다양한 운용사에 기회를 제공했지만 상반기 운용사 선정 완료를 위해 5월 선정공고, 6월 선정 등 촉박한 스케줄로 진행됐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도 상반기에 펀드 운용사 선정을 완료해야 하다 보니 촉박하게 제안서를 받아 기존에 포트폴리오가 있던 곳이 유리했던 점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업계에서는 구조조정 투자 특성상 경험이 많은 곳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있다. 기업구조 개선 등 난이도가 높은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뽑기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성장금융 측 역시 중복 선정된 운용사들에 기존 펀드의 투자 계획 등을 제출 받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정철영 성장금융 구조조정실 실장은 “기존 펀드 소진율을 높이기 위한 계획 등을 사전에 받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큐리어스 역시 “기존 LP들의 동의를 다 받았고 곧 펀드를 소진할 예정인 점에서 큰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