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이 대형마트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은 제외하는 대신 홈플러스익스프레스와 노브랜드 같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은 상생소비지원금(캐시백) 사용처로 확대한다. 소득 하위 80%에 1인당 25만 원을 주는 국민 지원금의 경우 맞벌이 부부에 대해서는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당정 협의를 통해 발표한 정책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정책 신뢰도가 떨어지고 국민들만 혼선을 겪고 있다.
7일 당정에 따르면 서민들이 주로 장을 보는 장소 중 하나인 대기업 계열 SSM도 캐시백 사용처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정부는 백화점, 대형 마트, 온라인쇼핑몰, 유흥 업소 등의 사용 금액은 10% 캐시백 소비 산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기업과 호황 업종 지원보다는 소상공인에게 돈이 흐르도록 유도한다는 취지에서다. 다만 “월 최대 한도 10만 원을 받으려니 쓸만한 곳은 다 막혔다”는 불만이 나오자 더불어민주당은 너무 까다롭다며 정부에 수정안을 요구했다. 대형 마트의 경우 가전 제품 등 내구재 소비를 가려내기 힘들어 캐시백을 받기 위한 사용 금액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침을 유지한다.
SSM 허용 움직임에 이번에는 지역 상인들의 반발이 터질 조짐이 보인다. 지역 골목상권을 돕겠다는 정책에 SSM을 포함하느냐는 비판이 정부의 고민이다. 아울러 SSM외에 대형마트와 배달 앱으로 사용처를 대폭 넓히면 계획한 1조 1,000억 원의 예산이 조기에 소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산을 더 늘리지 않으면 예상했던 730만 명보다 혜택을 보는 수가 줄게 돼 정부로 화살이 돌아올 수밖에 없다. 여당 내에서는 아직 대형마트나 온라인쇼핑몰, 가전제품 매장 등으로 용처를 확대하는 방안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정은 재난지원금의 경우 외벌이 가구보다 소득이 많은 맞벌이 가구에 대해 선별 기준을 높여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소득 하위 80% 기준을 예외적으로 맞벌이 부부에게는 84%로 확대하는 안도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취직한 자식이 있는 가구 등 또 다른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이 불가피하다. 만일 어머니가 전업주부인 외벌이 가구더라도 자식 소득이 있다면 사실상 맞벌이나 다름없이 가구 소득이 늘어나고 그만큼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명확한 기준이 확립되지 않고 ‘난수표’처럼 되면 경계선 안팎에서 반발이 꼬리에 꼬리를 물 가능성이 높다. 미취업 청년이나 노인 비중이 높아 소득 하위 80% 기준선이 낮은 1인 가구의 불만 또한 만만치 않다. 정부는 가구를 분류할 때는 세대별 주민등록표에 함께 등재된 사람을 동일 가구로 보되, 주소지가 다르더라도 건강보험상 피부양자로 등록된 배우자와 자녀는 한 가구로 간주하고 있다.
여당 내에서 전 국민 100% 지급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점은 변수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 국민 재난위로금 100% 지급과 소상공인 희망회복자금의 1조 원 증액 방안이 적극 검토되기 바란다”며 “소득을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재난지원금으로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당내 논의 과정에서 소득 하위 90% 이상으로 또 다른 안이 나온다는 관측도 있다. 어찌됐든 당 지도부와 정부가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한 내용이 다시 뒤바뀌게 되면 정책의 신뢰성 문제 등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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