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서울에서 집값이 가장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인 것으로 집계됐다. 집값 상승세가 꾸준히 이어지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수요가 커지자 중저가 아파트에 대한 2030의 ‘패닉바잉(공황매수)’가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11일 KB 국민은행 통계를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지난해 6월 대비 3.3㎡(평)당 평균 매매가가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곳은 도봉구다. 지난해 2,135만원에서 3,011만원으로 41%나 오른 것. 1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자치구 중 집값이 가장 저렴했지만 지난달 들어 은평구(2,981만원), 강북구(2,920만원), 중랑구(2,813만원), 금천구(2,661만원)를 제쳤다.
도봉구 창동의 주공17단지 전용 49㎡는 지난 6월 최고가인 6억4천700만원에 매매 계약서를 썼다. 1년 전인 지난해 6월 같은 평행이 4억원에 매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2억5,000만원이 뛴 것이다. 도봉구 한 공인 관계자는 "노후 아파트가 많은 도봉구에서는 창동뿐 아니라 쌍문동과 방학동으로 재건축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며 "창동역 역세권 개발사업과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C노선 정차 등 교통 호재도 많은 점이 아파트값 상승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집값이 무섭게 상승하고 있는 노원구의 3.3㎡당 매매가는 지난해 6월 2,471만원에서 3,464만원으로 올라 도봉구에 이어 ‘상승률 2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서울 25개구 가운데 20위였던 노원구 집값은 지난해 8월 구로구를, 올해 1월과 6월 각각 관악구와 종로구를 넘어서며 17위에 올랐다. 노원구의 3.3㎡당 집값은 강서구(3,610만원), 동대문구(3,568만원), 서대문구(3,509만원), 성북구(3,488만원)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같은 상승세는 단지별 실거래가에서도 나타난다. 노원구 월계동 한진한화그랑빌 전용 84.97㎡는 지난달 17일 10억5,000만원(16층)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지난해 6월 까지만 해도 같은 면적 15층이 8억원에 매매됐는데, 불과 1년만에 2억5,000만원에 뛴 셈이다. 인근 공인 관계자는 “광운대역과 가까운 단지로 역세권 개발 사업과 GTX C노선 정차 호재가 가격에 반영되고 있다”며 “매물이 부족한 가운데서도 이따금 거래되는 물건이 최고가를 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구는 작년 6월 3.3㎡당 2,237만원에서 지난달 2,920만원으로 30.5% 올랐다. 서울 자치구 중 세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이 외에도 구로구(29.3%)와 강동구(28.8%), 중랑구(28.3%), 은평구(27.3%), 성북구(27.2%), 관악구(26.2%), 서대문구(26.0%), 동작구(25.9%), 동대문구(25.1%), 송파구(24.7%)도 서울 평균 상승률을 웃돌았다. 반면 용산구(15.7%), 강남구(16.1%), 종로구(18.5%), 서초구(18.8%), 광진구(19.4%)는 10%대 상승에 그쳤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노·도·강 아파트값 상승세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이 강남권과 도심부 고가 주택에 집중된 것에 따른 풍선효과"라며 "서울 아파트값이 대폭 상승하면서 구매력에 한계를 느낀 중산층과 서민층이 상대적으로 싼 중저가 아파트 매수에 집중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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