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첨단을 달린다는 유수 대학의 연구실에서조차 여전히 20년 전과 똑같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연구 물품을 다루고 있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학계와 현장에서 전사적 시약 관리의 필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확인한 뒤 곧바로 랩매니저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1일 서울경제와 만난 김건우(사진) 스마트잭 대표는 2017년 4월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전사적 시약 관리’ 스타트업 스마트잭을 설립했다. 창업 1년 만에 스파크랩을 통해 시드 투자를 받았고 현재까지 총 2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스마트잭은 업계 최초로 정보기술(IT) 기반의 ‘전사적 자원 관리(ERP)'개념을 연구실에 도입했다. ‘랩매니저’와 ‘랩매니저 스토어' ‘샥샥배송’의 세 가지 서비스가 시약 구매부터 배송, 관리까지 전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방식이다. 우선 랩매니저는 연구원들에게 효율적인 시약 관리의 포문을 열어줬다. 시약 바코드나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인식해 랩매니저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하기만 하면 각 시약의 이름·제조일·구입일·유효기간·독성 여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수기로 시약 관리 대장을 작성할 필요도, 엑셀로 긴 시약명을 일일이 타이핑할 필요도 없다. 등록한 시약은 랩매니저 검색창을 통해 언제든지 간편히 찾을 수 있다.
특히 지난달 출시한 샥샥배송 서비스는 당일 배송 원칙으로 연구원들의 편의를 한층 더했다. 스마트잭의 온라인 시약·연구 물품 스토어인 랩매니저 스토어에서 오전에 시약을 주문하면 당일 오후 즉시 수령이 가능하다. 김 대표는 “수요 예측 모델을 기반으로 연구 물품 재고를 구축했다”며 “전문 교육을 받은 스마트잭 직원이 ‘안전 배송’ 장치가 구비된 전용 차량을 운전해 시약을 무료로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랩매니저 스토어를 이용하면 샥샥배송으로 주문 당일 연구 물품을 즉시 받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랩매니저 앱에 자동으로 시약 재고가 등록돼 앞으로의 구매 일정을 모바일로 편하게 관리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부 기관과 대학을 종합해 약 7만 개의 연구실이 운영되고 있다. 각 연구실은 최대 700종이 넘는 시약을 다룬다. 김 대표는 “굉장히 복잡한 영문으로 시약 이름이 기록된 데다 용량도 다양해 기존에는 체계적으로 시약을 관리하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면서 “게다가 시약 대부분이 장기간 노출되면 인체에 유해한 독성을 지닌 경우가 많아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어려움을 반영하듯 랩매니저는 대학·기업 소재의 연구실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 대표는 “매달 100개가 넘는 연구실들이 새롭게 랩매니저에 가입하고 있다”면서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는 많은 국내외 대기업들로부터도 구체적인 계약 제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랩매니저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고려대, 유한양행, 삼양사, 한국생산기술연구원(KITECH)을 비롯한 총 3,363개의 연구실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스마트잭은 오는 10월 대기업들의 러브콜에 발 맞춘 한층 고도화된 상위 버전의 랩매니저 출시도 앞두고 있다. 김 대표는 “특정 시약에 관한 레시피와 연구 노트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어떤 종류의 시약을 어느 업체에서 언제 얼마에 샀는지에 관한 모든 정보를 프로젝트 베이스로 관리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난 뒤에는 미국 시장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미국 내에서도 랩매니저와 유사한 형태의 시약 관리 솔루션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 대표는 “사진을 찍어 시약 종류를 한 번에 인식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나 시약 구매와 관리를 연계하는 노하우 부분에서 스마트잭이 미국 내 경쟁자들을 앞선다고 판단했다"며 “우리나라의 7배 규모 정도로 알려진 미국 시장에 진입해 함께 경쟁하며 파이를 더욱 키워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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