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유니클로를 비롯한 섬유·의류업계가 중국 신장에서 생산한 면화를 사용한 것과 관련해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에서 신장 인권 문제로 중국에 대한 제재 강도가 높아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가 불거진 데 따른 결과다. 중국은 세계 2위의 면화 생산국으로 신장산은 중국 생산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 면화 등 인권문제 우려가 있는 공급망과 계속 연루돼있을 경우 미국이나 유럽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직면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섬유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보고서를 12일 공표한다. 여기엔 일본 섬유산업의 인권침해 회피나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지침을 만들도록 하는 제언이 담긴다. 경제산업성이 특정 산업에 대한 정부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닛케이는 “섬유산업의 공급망에서 강제노동 등 인권침해 위험을 배제하기 위해 민관이 연계하는 차원"이라며 “강제 노동이 의심되는 중국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면제품을 배제하는 움직임이 서방에서 잇따르면서 일본도 업계 전체적으로 환경 정비가 급선무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섬유산업 민간단체는 국제노동기구(ILO)와 제휴해 내년까지 지침을 만들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적절한 노동시간이나 임금, 아동 노동의 유무 등을 인권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항목으로 넣을 전망이다. 이를 통해 일본 의류 및 섬유기업이 각 거래처가 인권침해에 가담하고 있는지 여부를 조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의 구상이다.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방직, 직물 등 섬유산업의 99%는 중소기업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소기업에는 전문인력이 부족해 대기업에 비해 관련 대응이 미진한 상태다.
기업의 인권침해 리스크는 최근 들어 더욱 불거지고 있다. 유엔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인권침해 여부와 관련해 기업의 공급망 전체를 감시하는 내용의 지침을 제시하면서다. 더 나아가 지난달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공동성명에는 신장 문제를 염두에 두고 의류 부문에서의 강제노동 우려를 지적하고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일본 기업들의 사업상 문제도 표면화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미국 세관 당국이 퍼스트리테일링 산하 유니클로의 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니클로 셔츠는 신장 위구르자치구의 조직이 생산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의심 받았다. 또한 프랑스 검찰은 위구르 문제와 관련해 퍼스트리테일링 등 총 4개 회사에 대한 수사를 시작했다.
닛케이는 “서구권에서는 강제 노동의 문제 등을 둘러싸고 기업에 대해 인권침해 리스크를 줄이도록 하는 데 서두르고 있는 반면 일본은 민관 모두 대응이 느리다”면서 “일본 기업이 인권 문제에 민감한 미국·유럽 소비자들에 의한 불매 운동이나 해외 투자가의 투자 정지 등의 타격을 입을 위험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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