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산업의 핵심 주자로 꼽히는 SK하이닉스(000660)가 극자외선(EUV) 기술을 활용한 4세대(1a) D램(사진) 양산에 돌입했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 기술을 구현하는 데 성공한 SK하이닉스는 이로써 지난해부터 기술 홍보전까지 펼치며 한국 기업 추격에 나선 미국 마이크론보다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올 하반기부터 D램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전자(005930)도 EUV 기술을 적용한 14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1a D램 양산을 예고하며 초미세공정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이달 초부터 경기도 이천의 M14 생산 라인에서 EUV 공정 기술을 적용한 10㎚급 1a D램을 만들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해당 제품은 8기가비트 모바일용 D램(LPDDR4)으로 생산을 마무리 짓는 하반기부터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공급될 예정이다. 이 제품은 LPDDR4 모바일 D램 규격의 최고 속도(4,266Mbps)를 안정적으로 구현하면서도 기존 제품 대비 전력 소비를 약 20% 줄이는 등 고성능·저전력을 지향하는 시장 트렌드에 충실히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전 세대(1z)의 같은 규격 제품보다 웨이퍼 한 장에서 얻을 수 있는 D램 수량이 25% 가까이 늘어 생산원가 측면에서도 SK하이닉스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됐다. 조영만 SK하이닉스 1a D램 태스크포스(TF)장(부사장)은 “이번 1a D램은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이 개선돼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EUV를 양산에 본격 적용함으로써 최첨단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으로서 위상을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는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활용한 D램을 선보이면서 원가 경쟁력 확보는 물론 초미세공정 기술력을 입증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포토 공정 단계에서 기존의 불화아르곤에 기대고 있는 마이크론과 ‘다른 차원’의 기술력을 뽐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EUV는 파장 길이가 불화아르곤보다 14분의 1 수준으로 짧아 반도체 미세 회로를 구현하는 데 유리하지만 장비 한 대당 가격이 1,5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비싸고 공정 변경 등 기술적 문제가 따른다.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TSMC 정도가 EUV 장비를 도입해 실질적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는 정도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앞서 4세대 D램을 출시했다고 밝혀 주목받은 업계 3위 마이크론은 최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EUV 기술 도입 시기를 오는 2024년께로 점쳤다. 4위 난야도 2023년께 EUV 공정을 활용한 D램을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EUV 공정을 바탕으로 3세대 10나노급(1z) D램(LPDDR5)을 양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와 이날 성공을 알린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은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EUV 노하우를 선점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정 미세화가 계속되면서 한계에 도달한 기존 방식 대신 EUV 기술이 대안으로 부상한 상태”라며 “기술·비용 문제 등으로 아직 도입하지 못한 기업들이 있지만 결국 EUV 기술을 먼저 확보하고 고도화하는 기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양산으로 안정성을 확인한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 M16에서도 3세대(1z) D램을 양산하고 향후 1a D램 모든 제품을 EUV를 활용해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올해 안으로 EUV 공정을 적용한 1a D램(14㎚)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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