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일주일째 폭증한 가운데 55~59세 연령층 대상의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사전예약이 첫날 일시 중단됐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확보한 백신 물량 예약을 시작한 날에 선착순 마감된 것이다. 예방접종 예약 시스템에서도 또다시 접속 장애 현상이 발생하며 국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정부는 확산세를 꺾기 위해 생활치료센터 등 병상을 확충하고 수도권 학원, 식당, 유흥 시설 등 7대 취약 분야의 방역 상황을 전수 점검하는 ‘정부 합동 특별방역점검’을 실시한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12일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브리핑에서 “오늘 0시부터 55~59세의 사전예약을 실시했고 오후 3시 30분 기준으로 오는 8월 7일까지의 사전예약 물량에 대해 185만 명이 예약했다”며 “현재 공급 일정이 확정된 물량의 예약을 일시 마감한 상태”라고 밝혔다. 신청자가 몰리면서 확보한 백신 물량 예약이 하루도 되지 않아 마감된 것이다. 55~59세 접종 사전예약은 이날 0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엿새간 이뤄질 예정이었다.
예약이 일시 중단된 것은 접종 대상자 수가 확보한 백신 물량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정부는 8월 초까지 모더나 백신 185만 회분 도입을 확정했지만 이번 사전예약 대상자는 352만 4,000명가량이나 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추가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자 사전예약을 조기 마감한 것이다. 이상원 질병청 위기대응분석관은 “많은 수요로 인해 불편을 초래한 점에 대해서는 미처 충분히 판단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백신 수급 불균형으로 접종 계획이 어그러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60∼74세의 경우 지난달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접종하는 것으로 사전예약 절차를 완료했지만 백신 수급 불균형으로 접종 일정이 미뤄지고 백신은 화이자로 변경됐다. AZ 백신 부족으로 2차 접종을 화이자 백신으로 바꾸는 ‘교차 접종’도 시행된다. 지난 4월 중순 이후 조기 접종 위탁 의료 기관에서 AZ 백신 1차 접종을 완료한 30세 이상 방문 돌봄 종사자 등은 2차 백신을 화이자로 바꿔 맞게 된다.
신청자가 폭증하며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예약 시스템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시스템’은 신규 예약 신청자들이 동시에 접속한 이날 0시 전후부터 접속 장애 현상이 확인됐다.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며 아예 접속되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먹통’ 현상은 예약 시작과 동시에 신청자가 몰리면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예약 시작 3시간이 지난 오전 3시 30분께도 동시 접속자는 80만 명에 달했다. 예약 사이트 마비 현상은 지난달 1일 얀센 백신 사전예약, 이달 8일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1∼2학년 교사와 돌봄 인력 38만 명 대상의 백신 예약이 시작됐을 당시에도 한때 일어났다.
예약에 실패한 시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에 거주하는 A(27) 씨는 “아버지를 위해 0시가 되자마자 홈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사이트에 연결할 수 없음’ 문구만 뜨고 접속되지 않았다”며 “출근 전에도 실패해 퇴근 후에 하려고 했는데 예약이 끝났다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말했다.
정부는 19일부터 24일까지 예약하지 못한 55~59세의 예약을 진행하고 다음 달 2일 이후 접종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백신 도입 시점에 따라 기간이 조정될 수도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예약 시스템 기능을 모니터링하고 있고 서버도 확충할 계획”이라며 “신청자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예약 일정을 효과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열린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7월 5주차까지 수도권에 생활치료센터 5,354병상을 추가 확보하기로 결정했다. 감염병 전담은 814병상, 중증 환자 입원에는 17병상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정부 합동 특별방역점검단은 수도권 59개 시군구 지역의 학원·교습소, 실내체육시설 등 7대 취약 분야를 점검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활동량과 접촉 인원이 많은 젊은 층은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있으나 백신 예방접종 우선순위에서 제외돼 있다”며 청년층 조기 접종을 시작하기 위한 100만 회분 추가 배정을 정부에 요청했다. 또 4단계를 적용하는 2주간 민간 의료 기관 선별 검사에 대한 본인 부담금의 국비 지원도 건의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시도별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자율 접종용 백신 배정 시 4단계와 1단계 지역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데 4단계 지역의 심각성을 고려해 가중치를 부여해달라”며 수도권 우선 백신 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