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의 유로 2020 우승 실패 뒤 쏟아진 일부 인종차별적인 비난에 선수들이 단호한 자세를 취했다.
잉글랜드 대표팀 공격수 마커스 래시퍼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13일(한국 시간) “승부차기 실축에 대해서는 사과하지만 내 존재에 대해서는 미안해 할 마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래시퍼드는 12일 끝난 이탈리아와의 유로 2020 결승에서 세 번째 키커로 나서 골대를 때렸다. 네 번째 제이든 산초의 킥은 이탈리아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에게 막혔고 다섯 번째 부카요 사카의 킥 역시 돈나룸마가 걷어냈다. 성난 잉글랜드의 일부 팬들은 페널티킥을 놓친 3명이 모두 흑인이라며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쏟아냈다. 트위터 측이 관련 트윗 1,000여 개 삭제에 나설 정도로 선 넘은 비난이 넘쳤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잉글랜드 대표팀은 소셜 미디어에서 인종차별적 욕설이 아닌 영웅으로서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나서기도 했다.
래시퍼드는 성명을 통해 “응원한 모든 사람에게 실망을 안긴 기분이다. 페널티킥을 못 넣은 것에 대해서는 비판을 달게 받겠다”면서도 “내 존재와 출신에 대해서는 절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사자 군단(잉글랜드 대표팀 애칭)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느끼며 내 가족의 응원을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덧붙였다.
대표팀 주장인 해리 케인은 래시퍼드 등 3명을 겨냥한 악성 팬들을 향해 “당신들은 잉글랜드 팬이 아니다. 우리는 당신들이 필요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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