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의 무게중심이 다시 성장주 쪽으로 기울며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BBIG) 업종이 재시동을 걸고 있다. 성장주가 예민하게 반응하는 금리가 하락했고 코로나19 변종 확산에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되며 실적이 뒷받침되는 성장주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다. 다만 이번 ‘BBIG의 랠리’는 기존 대장주 대신 소재주나 2등주 등 기존에 덜 올랐던 종목들이 이끌고 있다.
13일 KRX BBIG K뉴딜지수는 전일 대비 1.24%(46.90포인트) 상승한 3,831.23에 마감했다. 올 상반기 경기민감주가 시장을 휘어잡으면서 지수는 2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12.1% 조정을 받았지만 지난달부터 이날까지 13.0% 상승하며 낙폭을 되돌리고 있다. 큰 격차 없이 업종 전반이 고른 호조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달부터 KRX 2차전지 K뉴딜지수가 11.3% 상승했고 인터넷, 게임, 바이오 지수도 각각 19.3%, 13.0%, 3.7%씩 오르며 반전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이 돼 경제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며 꿈 있는 주식들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3%대로 하향 안정화된 것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소비재 등 일부 경기민감 업종에서 ‘사이클이 정점에 다가섰다’는 분석이 나오며 성장주로 눈길을 돌리는 투자자도 많아졌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지 않아 당분간 미국 채권 금리는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정보기술(IT)과 2차전지 등 성장주 조합으로 주도주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BBIG 업종의 힘이 강해지고 있지만 지난해 랠리와는 뚜렷한 차이점도 관찰된다. 지난해에는 산업별 대장주가 상승의 선봉대에 섰지만 현재는 체격이 왜소한 종목이 주축이 돼 지수가 오르는 양상이다. 일례로 국내 대표 배터리 종목인 LG화학(051910)의 지난달 이후 오름폭은 2.6%에 그쳤지만 배터리 소재주인 엘앤에프(066970)와 천보(278280)는 각각 25.4%, 41.1%씩 뛰었다. 게임 업종에서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036570)는 같은 기간 10.5% 빠지며 비실거렸지만 카카오게임즈(293490)와 펄어비스(263750)는 각각 58.9%, 29.7% 상승했고 바이오 업종에서는 SK바이오팜(326030)이 16.7% 오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성과(2.4%)를 압도했다.
개별 기업마다 발생한 호·악재와 ‘상대적 가격 매력’이 업종 내 차별화를 만든 배경으로 지목된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096770)은 배터리 분할 리스크에 주가가 억눌려 있는 상황이지만 엘앤에프는 ‘저평가가 심각하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이날 하루 동안에만 주가가 무려 18.84% 뛰어올랐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엘앤에프는 2023년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과 유사한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시가총액은 절반에 불과하다”며 헐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카카오(035720)는 네이버(NAVER(035420))를 누르고 시총액 3위 자리에 올랐지만 네이버는 밸류에이션 매력을 앞세워 카카오를 재추월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말 카카오는 네이버를 약 3조 7,800억 원 차이로 앞서고 있었지만 이날 네이버는 5.38% 뛰면서 카카오를 8,820억 원 차로 앞서고 있다.
BBIG 산업의 성장 방향성은 명확하지만 ‘주가에 싼 것만큼 호재는 없다’는 격언처럼 종목별 밸류에이션을 살피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또한 성장주가 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만큼 채권시장도 예의 주시해야 한다. 노 연구원은 “물가 상승의 피크 아웃 가능성이 성장주 수익률에 긍정적 역할을 미치면서 지난달부터 스타일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성장주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할인율이기 때문에 금리 변화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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