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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테리어 1위' 한샘, 매물로 나왔다

조창걸·특수관계자 지분 30%

IMM PE와 '경영권 매각' 협상

한샘 희망가 주당 25만원 수준

매각가 1.7조 '또 하나의 빅딜'

서울 상암동 한샘 본사 모습/서울경제DB




국내 1위의 종합 가구 인테리어 업체 한샘(009240)이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 국내의 대표적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경영권 매각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샘은 조창걸 회장(15.45%)과 특수 관계자 지분 30.21%를 M&A 시장에 내 놓고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를 거치지 않고 회사가 직접 IMM PE 측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샘은 별도의 주관사를 두지 않았고 IMM PE는 대형 국내 회계법인 한 곳이 인수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한샘 측은 주당 약 25만 원을 희망하는데 이를 거래 대상 주식 수로 환산하면 규모가 약 1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또 하나의 빅딜이다. 한샘 주가(13일 종가 기준)가 11만 5,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도자 측은 시세 대비 2배 넘는 값을 원한다는 얘기가 된다. 협상 과정에서 가격이 조정될 여지가 있지만 IMM PE의 인수 의지가 강해 이를 수용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IMM PE는 지난해 조성한 블라인드펀드 ‘로즈골드 4호’를 활용해 한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한샘은 M&A 시장에서 오랫동안 잠재 매물이었다. 3년여 전 국내 대기업들을 비롯해 다수의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한샘 측과 협상을 벌였지만 결국 모두 발걸음을 돌렸다. 원매자들이 제시한 가격과 조 회장 및 한샘 경영진에서 내놓은 가격의 격차가 커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후 잠정 중단된 한샘 매각 협상은 최근 IMM PE가 매도자의 희망 가격에 맞춰주겠다는 의사를 전달하면서 급물살을 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73년 설립된 한샘은 부엌 가구와 인테리어 물품의 제조·유통을 중점으로 하는 홈인테리어 분야 전문 기업이다. 2002년 코스피시장에 상장했으며 지난해 2조 674억 원의 매출과 9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급성장' 한샘, 승계 해법 못 찾아…"몸값 뛴 지금이 매각 적기"

[매물로 나온 '인테리어 1위' …펄펄 끓는 M&A 시장]

코로나發 재택근무·홈퍼니싱 늘며 매출 21% 늘자

사모펀드, 주가 대비 몸값 2배에도 적극 협상 진행

구설·승계문제 돌파구 찾는 창업주와 이해관계 맞아



아궁이 부엌이 대세였던 지난 1970년 서울 은평구 대조동에 싱크대 등 현대식 부엌가구를 파는 7평 규모의 매장이 들어섰다. 51년 전 조창걸 명예회장이 창업한 한샘의 시작이었다. 주부가 행복한 부엌을 만든다는 신념은 1980년대 강남 아파트 개발 붐과 맞물리면서 현대식 입식 부엌 열풍으로 이어졌다. 한샘은 이 흐름을 타고 1986년 부엌 가구 업계 1위에 올라섰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역발상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어 도약했다. 2002년 리모델링 사업에 진출해 인테리어 시장으로 저변을 넓히며 2013년 국내 가구 업계 최초로 매출 1조 원, 2017년에는 매출 2조 원을 달성하면서 국내 인테리어·가구를 대표하는 업체로 자리 잡았다.

그랬던 한샘이 매물로 나왔다. 진행 중인 협상이 잘 마무리되면 한샘은 사모펀드(PEF)를 새 주인으로 맞아 도약에 나선다. 여러 구설수에 휩싸이며 기업가치가 악화하고 승계 문제까지 겹치자 창업자가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PEF가 국내 기업의 특수 상황에 대한 해결사로 다시 한 번 등장한 것이다.

◇2년 반 만에 매각 가시화…몸값이 달라졌다

한샘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년 반 전 글로벌 PEF 칼라일, 국내 PEF MBK파트너스를 비롯해 CJ 등 대기업과 매각 논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 조 명예회장은 주당 20만 원에 기업이 평가받기를 원했다. ‘지나치게 비싸다’는 인식에 매각은 결국 결렬됐다.

하지만 2년 반이 지난 지금 한샘의 몸값은 주당 25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현재 주가 대비 2배 이상이다. 업계에서는 “한샘의 성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아파트 인테리어 시장의 폭발적 수요가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했을 뿐 아니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으로 거래 자체가 힘들어졌다. 라이프 사이클에 맞춰 적절히 주택을 거래할 수 없게 되자 차라리 집을 고쳐서 더 살자는 흐름이 생겼다. 30대는 소위 ‘영끌’을 해 낡고 오래된 저가 아파트라도 사서 인테리어를 해 입주했다. 여기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며 재택근무 등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자 ‘집 꾸미기(홈퍼니싱)’ 수요도 급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인테리어 등 유지 보수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조 7,950억 원에서 오는 2030년 14조 7,230억 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흐름에 힘입어 한샘도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21.7% 급증한 2조 674억 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2조 원 클럽에 복귀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대비 12.2% 뛰었다.

1416A03 한샘 사업 부문별 매출 비중


◇사모펀드와 결합…온·오프라인 가구 시장 지배자 될 듯

온라인 가구 시장의 폭발적 성장도 이유다. 한샘 인수를 논의 중인 IMM PE는 단숨에 온·오프라인 가구 시장 지배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IMM PE는 온라인 가구 판매 플랫폼 기업 오하임아이엔티의 대주주다. 20~30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해 가구를 구입하는 수요가 늘며 매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278억 원으로 전년(193억 원) 대비 44% 증가했다. 다만 최근 삼익가구의 ‘스튜디오삼익’처럼 업력이 오래된 전통 강자들이 온라인 시장에 진입해 오하임아이엔티는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할 파트너가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가구를 구입하는 흐름이 자리 잡으면 앞으로 e커머스 업체가 한샘의 새 주인으로 나설 수도 있다. 한샘이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홈케어 서비스 역시 국내 주요 기업들이 힘을 주는 분야다.

◇구설수와 승계 문제에 발목 기업들…해결사는 PEF

이번 거래는 승계가 막힌 창업자의 해결사로 PEF가 또다시 나선 점이 눈에 띈다. 조 명예회장은 1939년생으로 올해 82세다. 외아들은 2012년 사망했다. 손자가 있지만 아직 10대다. 적임자가 아니면 아들을 비롯해 누구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것이 조 회장의 지론이다. 한샘을 1997년부터 25년간 이끌어온 전문 경영인 최양하 회장도 2019년 말 자진 사퇴했다. 강승수 회장 체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불안한 시선이 많다.

한샘은 각종 구설수로 인해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7년 직원이 여자 신입 사원을 성폭행한 사건을 회사 차원에서 덮으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 시작이었다. 2019년 2심에서 피의자가 모든 혐의를 인정하면서 종결됐지만 기업 이미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2018년에는 대리점을 상대로 갑질을 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았다. 올해 초에는 경찰로부터 비자금 조성 의혹 수사를 받았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면서 성과 중심, 일 중심으로 조직 문화를 만들다 보니 놓치는 부분이 많았다는 지적이 나온다.한 업계 관계자는 “한샘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줄 해결사로 PEF가 나선 모습”이라며 “향후 어떤 식으로 협상이 진행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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