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화면이 까맣게 보여요.” “얘들아, 줌(ZOOM)을 껐다가 다시 들어와봐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수도권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으로 서울 유치원·초중고 전면 원격수업이 시작된 14일. 서울 강동구 한산초등학교 3학년 담임인 김태림 교사는1교시부터 줌에서 접속 장애가 발생하자 수업을 진행하는 데 진땀을 뺐다. 학생들에게 줌을 껐다가 다시 들어오라고 4번 정도 반복했는데도 접속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김 씨는 “어제부터 이미 줌 회의를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았고 오늘은 접속이 튕기는 애들도 많았다”며 “지금 어려운 건 사실이고 인터넷 문제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전역에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되면서 경기·인천 학교는 같은 날 선제적으로 원격으로 전환했다. 서울 지역 학교는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부터 대부분 학교가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전면 원격수업을 실시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 학교 7,768개교 가운데 89.4%인 6,944개교가 원격수업을 시행했다. 하지만 화상 수업 플랫폼에 접속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접속 지연·장애가 속출했다.
실제로 원격수업 플랫폼과 관련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교사 단체 대화방에서는 “EBS 온라인 클래스에서 계속 튕기는 현상이 발생한다” “줌으로 수업을 했는데 화면이 여러 번 꺼졌다”는 글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서울 강북구 초등학교 2학년 담임인 A 교사는 “줌 수업 화면에 집중하기도 바쁜데 교실에서 맞벌이 부부의 아이 등 긴급 돌봄 학생들까지 챙겨야 해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원격수업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초등학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더욱 컸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B 씨는 “화상 수업 진행 시 장비 오작동 등으로 마이크에서 ‘삐’ 소리가 계속 나고 부모들이 마이크를 끄지 않고 옆에서 전화 통화를 하는 등 아수라장인 경우가 다반사였다”고 말했다.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조기 방학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기말고사가 대부분 끝났고 여름방학을 일주일 남짓 남긴 시점이라 교사나 학생의 집중도가 떨어진 만큼 원격수업이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17일까지 유치원과 초등학교 1·2학년 교사의 코로나 백신 접종 기간이어서 앞으로 수업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학원들도 4단계 거리 두기 격상으로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전면 온라인으로 전환한 학교와 달리 학원은 다른 다중 이용 시설과 마찬가지로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좌석을 한 칸이 아닌 두 칸 띄워야 한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학원 관계자는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해 학원을 찾는 학생·학부모가 많아졌다”며 “거리 두기 지침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을 쪼개고 분산시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학원은 방역을 우려해 원격과 대면 수업을 병행하거나 아예 원격수업으로 전환한 곳도 있다.
한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코로나19 확산에 이달 21일부터 나흘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하기로 했던 ‘2022학년도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취소한다고 이날 밝혔다. 박람회 준비위원회는 온라인으로만 수시 대학입학정보박람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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