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산본점은 1999년 개점한 22년 차 노후 점포다. 시설이 노후화된 탓에 2018년부터 매출이 감소했다. 이마트는 내년까지 인근에 2,000세대가 입주하는 점을 고려해 산본점 리뉴얼에 착수했다. 동선을 쇼핑하기 편리하게 바꾸고 신선식품 강화를 위해 수직형 냉장·냉동 쇼케이스를 설치하는 등 매장을 리뉴얼했다. 아파트 밀집 지역의 특성을 살려 오프라인 점포를 특화하는 전략을 펴자 결과는 성공이었다. 지난 8일 리뉴얼 오픈 후 10일까지 3일 동안, 산본점은 계획 대비 3배, 전년 대비 2배의 매출을 올리며 이마트 점포 최상위권 매출을 기록했다. 유통업체가 고유의 무기인 매장을 고도화하자 고객이 열광한 것이다.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가 매장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부동산 자산의 저력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올해 15곳 이상 점포 리뉴얼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지난해 9곳 점포에 6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2년 간 점포 리뉴얼 투자 금액은 1,600억원에 달한다.
이마트가 매장 고도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은 오프라인이 가진 위력 때문이다. 유통의 핵심이 온라인 쇼핑으로 쏠리고 있다고 하지만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체험형 매장 전략은 여전히 유효하다. 작년 리뉴얼한 이마트 9개 점포의 올해 1~6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1.5%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e커머스 시장 성장률인 25%를 훌쩍 웃돈다. 오프라인 기반을 가진 유통업체들이 '탈(脫) 부동산' 대신 온라인 강화와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고객이 원하는 방향하는 고도화하는 전략을 병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매장 내 온라인 물류센터를 강화해, 매출 확대는 물론 온라인 시너지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결국 체험하고자 하는 소비자 심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유통에서 부동산이 가진 가치는 여전히 건재하다는 방증이다. 이에 이마트는 오프라인 경쟁력을 위해 15년~20년 노후화된 점포를 중심으로 미래형 점포로 리뉴얼에 박차를 가한다. 이마트 첫 점포인 창동점 오픈 후 28년이 지난 만큼 현재 159개 점포 중 70개가 20년 가량 된 노후 점포다.
지역 특색에 맞춘 오프라인 재정비 전략은 결실을 거두고 있다. 지난달 리뉴얼 오픈한 서귀포점은 타 지역에서 방문하는 고객이 39%에 이르는 관광지 점포이라는 점을 고려해 관광객 수요가 높은 그로서리 매장을 확대하고 특산물을 판매하는 '재발견 프로젝트' 편집샵을 넓혔다. 서귀포점은 올해 2월 이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오프라인 매장 강화는 집객과 동시에 온라인 배송 물류 인프라를 확충해 온·오프라인 시너지 효과도 내고 있다. 이마트는 점포 공간을 재구성하면서 온라인 배송을 위한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PP센터를 대폭 확대해, 기존 5만 캐파였던 SSG닷컴 쓱배송 물량은 올해 6만 캐파까지 20% 늘렸다.
이마트가 최근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일부 점포를 유동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매각 후 재입점'을 통해 매장 수는 유지하는 전략이어서 자산 효율화를 극대화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최근 부지를 매각한 가양점의 경우 9호선 증미역 개통으로 가격이 치솟으면서 6,800억원에 매각했다. 대신 매각한 부지에 점포를 임대한 후 점포를 오픈해, 자금 확보와 점포 매출 확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렸다.
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오프라인 전략이 월마트를 닮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마존 공세에 2014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월마트는 오프라인 집중에서 탈피할 것이란 시장의 관측과 달리 2018년부터 110억달러(12조원)를 투자해 500여개 매장을 리뉴얼했다. 이와 함께 온라인 강화를 위해 공격적인 M&A(인수합병)으로 제트닷컴(2016년), 온라인 패션몰 무스조, 인도 이커머스 플랫폼인 플립카트(2018년) 지분을 매입했다. 월마트는 코로나19 푹풍속에도 2020년 회계연도 매출이 전년 대비 6.7%, 영업이익 9.6% 신장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가 매장을 리뉴얼하는 동시에 패션전문몰 W컨셉에 이어 이베이까지 인수에 나선 것은 월마트의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은 닮은 꼴"이라며 "이마트는 매장 유동화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데다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탈 부동산’이 아닌 부동산 효율화 전략에 가깝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