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겠다고 하면서도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음 달 모의실험에 착수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준비에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이 총재는 16일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긴급 현안질의에 참석해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얼마 전까지 연내 (금리 인상을) 시작할 수 있다고 시장에 메시지를 전달했는데 시작하는 시점은 코로나 때문에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상이 늦으면 늦을수록 금융불균형이 심해져 더 많은 대가를 치르기 때문에 연내에는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서는 “경제 주체의 수익 추구 행위, 즉 레버리지가 과도하게 더 진전되면서 언젠가 조정을 거치고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콘트롤(제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많은 사람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오래 간다고 생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하루 전날인 지난 15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다음 달부터 통화정책의 완화 조정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주택 가격이 오를수록 주택담보대출비율(LTV)를 낮춰서 자산 가격 자체가 오르니깐 차입 규모가 커지는 문제가 있다”며 “가계부채가 늘어나는데 상당 부분은 주택구입용으로 주택담보대출 차입이 많기 때문에 주택 가격 안정이 가계부채를 억제하는데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BDC는 발행 준비에만 최소 2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CBDC 발행 계획을 묻는 유경준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이 총재는 “CBDC는 암호자산에 대한 대응 차원이기보다 화폐 이용 행태 변화에 따른 현금 수급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금 수요가 급격히 줄 가능성이 당장 크진 않지만 대비하겠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적 측면과 제도적 측면에서 갖춰야 할 것이 많은데 아무리 빨라도 2~3년은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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