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깃데이트펀드(TDF)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TDF 상품과 관련해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투자 자문을 받는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속속 독자 운용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운용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결정인데 실제 투자 성과 제고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KB자산운용은 16일 내년부터 자사 TDF인 ‘KB온국민TDF’의 독자 운용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이 상품이 출시된 지난 2017년부터 자문을 받아온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아시아 시장 철수에 맞춰 이뤄졌다. KB운용은 뱅가드와의 자문 계약 해지에 맞춰 다른 운용사를 물색하지 않고 독자 운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다만 우수한 성과를 내온 뱅가드의 글라이드패스는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글라이드패스는 투자자의 연령대에 맞춰 주식과 채권 등 자산 비중을 조절하는 것으로 TDF의 포트폴리오 역할을 한다.
현재 KB자산운용은 ‘KB온국민TDF’와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개발한 독자적인 글라이드패스를 활용하는 ‘KB다이나믹TDF’를 운용하고 있다.
‘KB온국민TDF2055’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1.13%(c-f클래스 기준)로 전체 TDF 상품 중 수익률 1위를 기록 중이다.
김영성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상무는 “앞으로도 보수가 저렴한 뱅가드 ETF를 피투자 펀드로 활용하기 때문에 운용상의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는 키움투자자산운용이 글로벌 자산운용사 SSGA의 자문을 받아 운용해온 ‘키움 키워드림 TDF’를 이달부터 독자 운용하겠다고 선언했다. 뱅가드·KB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SSGA는 키움자산운용의 TDF 운용에 글라이드패스를 제공해왔다. 다만 키움자산운용은 독자 운용으로 전환하며 글라이드패스 역시 박주호 경희대 교수팀과 자체 개발한 모델로 전환했다.
메리츠자산운용도 지난해 10월 독자 운용하는 TDF를 출시하는 등 업계 내 독자 운용 TDF 비중이 늘고 있다.
업계 점유율 1위(43.8%)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출시 단계에서부터 전략 배분과 자산 배분 2개의 TDF를 모두 독자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키움자산운용에 업계 점유율 4위(10.1%)인 KB자산운용이 직접 운용에 들어서며 국내 TDF 시장에서는 독자 운용 규모가 55%로 절반을 넘어서게 된다.
업계 2위 삼성자산운용은 자산 대부분을 미국 캐피털그룹이 운용하는 13개 펀드에 재간접투자하고 있고 업계 3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운용사 티로프라이스와 협업하되 투자 금액의 30% 이하인 국내 자산은 독자 운용을 하고 있다.
운용사별로 차별화된 운용 전략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는 TDF 시장에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금융 투자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서만 2조1,767억 원이 TDF로 유입되며 전체 시장 규모가 6조 3,800억여 원으로 확대됐다. 이 중 48.5%인 1조 556억 원이 독자 운용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 TDF로 유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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