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도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한국 선수단 거주층에 내건 ‘이순신 장군 명언’ 현수막을 떼기로 했다. 올림픽 경기장에서의 욱일기 사용도 같은 기준을 작용하겠다는 IOC의 약속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체육회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IOC 관계자가 전날 대한민국 선수단 사무실을 방문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 서신으로도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기에 IOC 헌장 50조 위반으로 철거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에 체육회는 즉시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와 관련해 우리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체육회는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 : 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착안해 제작한 ‘신에게는 아직 5000만의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한글 현수막을 도쿄올림픽 선수촌 아파트의 한국 선수 거주층 발코니 외벽에 부착했다.
일본 언론은 이를 ‘반일 메시지’라며 문제 삼았고, 극우 세력은 일본 제국주의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며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순신 현수막’을 계기로 욱일기 문제가 다시 부상하자 IOC는 모든 올림픽 경기장에서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도 올림픽 헌장 50조를 적용해 판단하겠다고 체육회에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체육회는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IOC의 약속이 지켜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IOC는 올림픽 기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한 올림픽 헌장 50조에 대해 고무줄 잣대를 들이댄 적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10월 방한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욱일기는 국가나 문화마다 상징하는 바나 의견이 다른 만큼 정치적 중립성 원칙을 적용한다. 사건이 발생하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할 방침”이라며 모호한 입장을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를 문화 다양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사실상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순신은 침략이 아니라 방어를 한 장군", “IOC의 이중잣대", “욱일기와 명언 패러디가 같나”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