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편의 리포트가 증권가를 뜨겁게 달궜다. 카카오(035720)뱅크의 공모가가 과도하게 책정됐다는 내용이었다. 근거는 이렇다. 카카오뱅크 역시 결국 은행이고 따라서 기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 제공이 어렵기 때문에 KB금융(105560)·신한지주(055550) 등 기존 금융사들을 비교기업으로 공모가를 책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공모주 청약에 나설 기관 투자가들의 반응은 어떨까. 기관들의 반응은 다소 달랐다. 공모주를 10년 이상 투자해 온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가 대표적이다. 이 대표는 “카카오뱅크가 은행주인 것은 명확하다”면서도 “금융산업이 비대면·온라인화되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 수준의 애플리케이션·온라인 금융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또한 “결국 상장 이후 주가는 투심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며 “비대면 금융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대부분의 기관들이 상단을 상회하는 가격을 써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실제 일부 기관들은 공모가를 이미 상단 이상으로 정해두고 의무 보유 확약 기간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및 국내 큰 손들의 반응도 좋은 것으로 전해졌다. 논거는 비슷하다. 금융 플랫폼 사업 확장성에 주목하는 가운데 외국 상장사 몸값과 비교해 기업가치가 낮게 책정됐다는 분석이다. 카카오뱅크는 로켓컴퍼니와 패그세구루, TCS그룹홀딩스, 노르드넷 등을 비교기업으로 공모가를 산정했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가치 산정에 적용한 이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4.6~8.8배, 평균 7.3배인데 비해 카카오뱅크의 상장 이후 PBR은 상단 기준 3.43배에 그친다.
한 기관 투자가는 “카카오뱅크 딜 로드쇼(투자자 설명회)에서 공모가 논쟁보다는 향후 성장 전략과 실제로 전략이 작동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며 “상장 직후 기준 영업이익과 PBR 등이 아닌 미래 성장 가치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메기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일반 투자가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약 34조 원. 공모가 상단 기준 18조 5,000억 원에 비해 상장 이후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가 여전하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단순 은행 사업자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경쟁력을 갖췄을까. 독자 애플리케이션으로 증권계좌개설, 신용카드모집대행, 26주적금과 유통기업을 연결한 상품 등을 통해 그 가능성을 일부 확인했다. 증권계좌개설은 올해 6월말 기준 429만좌가 카카오뱅크를 통해 개설됐고, 신용카드모집대행 신청건수도 70만건에 이른다고 한다. 카카오뱅크에 상품과 서비스를 붙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뿐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최근 카카오뱅크 애플리케이션에 모바일 게임 오딘 광고가 실린 점을 눈여겨 봤다고 전했다. 오딘은 모바일 다중접속임무수행게임(MMORPG)으로 최근 구글플레이스토어 등에서 부동의 매출 1위를 달리는 인기게임이다. 계열사 격인 카카오게임즈(293490)의 게임이지만 카카오뱅크가 증권사 계좌 개설 광고 등을 선보였던 것과 달리 이종산업인 게임 광고·이벤트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나이·성별·직업 등 다양한 고객 정보를 보유한 카카오뱅크가 타깃 마켓팅 등 금융과 이종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플랫폼 사업자로 성장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누적 고객은 1,650만 명. 이 중 한 달에 한번 이상 접속하는 이용자만 1,330만 명이 넘는다. 금융 애플리케이션 중 활성사용자수(MAU) 기준 1위다. 경제활동인구 중 57%가 카카오뱅크 서비스를 경험하면서 전체 애플리케이션으로 기준을 넓혀도 14위. 향후 금융과 다양한 산업을 잇는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한 공모주 투자자는 “카카오뱅크의 금융플랫폼 서비스는 다른 은행이 따라 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오프라인은 시중은행, 온라인은 카카오뱅크라는 상징성이 생긴 만큼 기존 은행과 PBR·자지자본이익률(ROE)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다소 넌센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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