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개발이 삐걱거리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이 일대를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한다는 계획이지만 당초 하반기로 예정됐던 ‘마스터 플랜 국제 공모’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이다.
16일 정비 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은 최근 하반기에 진행하기로 계획했던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국제 공모 일정을 연기했다. 재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마스터플랜 국제 공모를 하반기에 하려고 했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고 있고 교통 등 검토할 부분이 있어서 현재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며 “말 그대로 보류 중”이라고 설명했다.
용산 개발 마스터플랜 국제 공모는 용산정비창 개발을 위한 구상 가운데 하나다. 마스터플랜은 실제 개발에 대한 밑그림이다. 도시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마스터플랜이 마련돼야 도시 개발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서울시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전에 정리해야 하는 여러 가지 현안이 발생했으며 광역 교통 문제 등도 그중 하나”라며 “그동안 용산 개발이 지연됐던 점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검토를 마친 뒤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을 위해 필수적인 마스터플랜 수립 단계가 지연됨에 따라 정부의 공급 계획도 영향을 받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2021 주거 종합 계획’에서 수도권 도심 주택 공급을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위해 용산정비창·태릉골프장 등 주요 신규 부지에 대해 2022년까지 지구 지정을 완료하고 2027년부터 입주를 목표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비창 일대에는 1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업계에서는 하반기 내에 공모가 시작되지 않을 경우 내년까지 지구 지정이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현재 서울시는 공모를 통해 5개 팀의 아이디어를 제출받은 뒤 이를 기반으로 세부 방안을 마련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1단계에 45일, 2단계에 90일의 시간을 준다. 서울시는 2022년 지구 지정을 하겠다는 국토교통부의 목표에는 지장이 없도록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022년 지구 지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 시장의 설명이다.
일정과 별개로 용산정비창 마스터플랜 수립 과정에서 주택 공급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재 SH는 51만 2,000㎡ 부지에 각종 시설을 넣고도 아파트 8,986가구, 오피스텔 1,056가구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이 같은 계획대로 추진되면 공급하는 공공주택의 경우 전용 면적이 2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학 박사인 백준석 젊은용산연구소 소장은 지난달 서울시의회가 개최한 관련 토론회에서 “1만 가구 공급을 규정할 경우 업무지구나 병원 등 인프라 부지 확보에 어려움이 따른다”며 “공급량은 1만가구로 규정하고 추후 세대를 줄이는 방식 보다는 6,000가구 정도에서 출발해서 늘려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취지로 말했다. 서울시 측은 이에 대해 “정비창 부지를 중심상업지구나 일반상업지구로 용도 변경을 진행하면 용적률이 늘어나기 때문에 더 큰 규모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산정비창과 함께 국토부가 8·4 대책에서 수도권 주택 공급 부지로 발표한 태릉CC도 주택 공급 규모 축소가 기정사실화됐다. 여기에 과천 청사 부지 개발도 취소된 상태다. 과천청사 개발사업의 경우 과천 과천지구 등에서 자족용지 용도전환 등을 통해 3,000가구를 공급하고 그 외 대체지에서 1,300가구를 추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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