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모두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무엇보다 가파르게 상승하는 원자재 가격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기 때문에 중장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만큼 돈줄을 죄기 위한 명분을 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한은은 ‘최근 인플레이션 논쟁의 이론적 배경과 우리 경제 내 현실화 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통해 “수요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해상 운임 급등 등 공급 측 요인에 의한 물가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기대 인플레이션도 상방 압력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한은은 올해 초 미국에서 재정 부양책과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서 촉발된 인플레이션 논쟁을 계기로 이번 연구에 착수했다. 미국에서는 유동성 지원 정책이 통화량을 늘리게 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한은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고려하면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의 물가 목표 이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봤다.
문제는 우리나라다. 한은이 통화량 측면과 수요 및 기대 인플레이션 측면에서 국내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을 점검한 결과 수요 측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백신 접종에 따라 억눌렸다가 분출되는 이연(pent-up) 소비로 인한 수요가 나타나는 가운데 경기 부양책과 글로벌 성장에 따른 대외 수요 등이 작용하면서 대내외 수요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봤다.
특히 주요 인플레이션 상승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을 지목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오른 수입 물가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면서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들어 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원자재 가격 추세가 10% 상승할 경우 소비자물가는 최대 0.2% 오르는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은 우리나라가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특성상 미국 등 각국 정부 부양책으로 인한 글로벌 물가 상승 압력이 국내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 여건 변화를 고려하면 향후 경기회복세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를 방지해야 한다”며 “해외 공급 요인의 상방 리스크가 자기실현적 기대로 전이되지 않도록 기대 인플레이션을 관리하는 것도 점차 중요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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