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재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안전 전문인력의 몸값이 하늘 높이 치솟고 있다. 내년 1월 본격적인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은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고 안전관리 경험이 있는 인재 확보에 나서고 있다.
21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입법예고가 지난 12일부터 시작되면서 안전 및 보건관리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려는 기업들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중대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사업장에 사람 대신 드론이나 로봇을 투입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안전·보건 경영체제의 구축을 위해 ‘사람의 손’을 늘리는 기업들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로 잡코리아 등 채용 사이트에는 소방이나 전기, 건설 분야의 안전관리자는 물론 폐기물유해화학물질 관리자를 구한다는 중견·대기업의 공고가 연일 올라오고 있다. 이달 초부터 중순까지 올라온 주요 대기업 계열사 공고만 살펴봐도 SK·포스코·한화·LX·코오롱 등 대기업이 다수를 이루고 있다.
또 헤드헌터를 통해 동일 업종서 경력을 쌓은 인력에 이직 제안을 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 경험을 쌓은 전문 인력이 귀한 탓에 경쟁사 인력 빼가기까지 동원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최소한의 조직만 두고 있었기 때문에 실질적인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제조 대기업 A사 관계자는 “타사에서 과장급이었던 안전 전문가에게 ‘이직시 승진과 팀장보직을 보장하겠다’며 스카웃을 제안하는 일도 있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 사이의 안전 전문인력 빼가기가 가시화 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조 대기업 B사 관계자는 “기존 산안법에서는 전임 안전관리자 2명만 두면 문제가 없지만 내년부터는 중대재해 발생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에 목표를 두게 되면서 사업장 업무량에 맞춰 관련조직을 4, 5명으로 키우는 식”이라며 “안전 전문인력은 요새 ‘1억 연봉’으로 불리는 개발자 부럽지 않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귀띔했다. 한편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한 재해가 발생한 기업의 경영 책임자나 사업주 등이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관리체계 구축 등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날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대원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방침이나 인력, 예산, 절차에서 안전보건 확보의 의무를 경영책임자에 부여했다”며 “재해 발생시 처벌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안전보건 전담조직이 경영책임자 곁에 있는 체계가 구축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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