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가 4차 대유행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올 여름휴가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정치권과 청와대 등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당초 8월 초께로 예정했던 여름휴가 일정을 잠정 보류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강도 거리두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국가 지도자로서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판단이 있던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의 여름휴가는 8월 초로 예정돼 있었으나 심각한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재확산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일본 도쿄 올림픽 개막식과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고려해 그 직후인 8월 초께 여름휴가 일정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는 코로나19 상황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데다가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정부도 7월부터 거리두기 완화 조치를 계획했던 시기이다. 하지만 이달 초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거리두기 단계 상향도 아직 효과를 보지 못하자 문 대통령 역시 휴가 계획을 잠정 보류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7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휴가 시기를 최대한 분산하는 등 정부의 권고에 기업들이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면서도 “철저한 방역과 안전대책을 빈틈없이 하면서도 국민들의 휴가 사용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다가 코로나19 재확산이 본격화 된 7월12일 코로나19 대응 수도권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는 “‘잠시 멈춘다’는 마음으로 이동과 모임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며 “풍선 효과를 막기 위해 휴가 기간도 최대한 분산하여 사용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휴가 분산’에 대한 호소의 강도가 더 강해진 것이다.
대선 후보 시절 ‘연차휴가 전체 소진 의무화’ 등을 정책으로 내세운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17년만 해도 “나는 연차휴가를 다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직원들에게도 연차 사용을 적극 독려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결국 2017년 연차를 14일 중 8일(57.1%)만 쓰는 데 그쳤다. 2018년에는 21일 연차 중 12일(57.1%)만 사용했고, 2019년에는 5일(23.8%)만 소진했다.
여름 휴가의 경우도 매년 현안 점검을 이유로 가지 못하고 있다. 2019년에는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5일간 휴가를 보내려다가 그해 7월 일본의 수출규제조치 시행 등의 여파로 취소했다. 지난해에도 집중 호우로 인한 피해가 전국적으로 잇따르면서 여름휴가 일정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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