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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탄소 30% 줄이는데도 274조 든다

정부 '온실가스 감축' 자체 조사

당정 40%이상 목표…비용 눈덩이


오는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현재보다 30%가량 줄이는 비용이 27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정이 탄소를 40% 이상 감축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터라 소요 비용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부는 지난 2018년 대비 감축 목표치를 31.4%로 설정하고 발전과 산업·수송 등 주요 분야에 투입될 비용을 각각 나눠 산정했다.

정부 조사 결과 탄소 감축에 필요한 총비용은 274조 원으로 집계됐다. 부문별로 보면 배출 비중(전체의 37%)이 가장 큰 발전 부문에서 탄소를 줄이는 데 195조 2,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조사됐다. 석탄발전소를 대체해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와 신재생에너지 단지를 대폭 늘리는 동시에 이를 전력망에 연결할 송배전 설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감안한 것이다. 산업 부문에서는 탄소 감축 설비를 도입하고 화석연료를 대체할 친환경 원료를 확보하는 데 54조 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외에 수송 분야의 탄소 감축과 탄소 포집 저장 기술 확보에 각각 16조 1,000억 원, 8조 6,00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는 관계 부처 간 논의를 위해 조사한 기초 자료이며 NDC 이행에 따른 소요 비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274조 막대한 비용 드는데 공론화 기간 3개월 불과

감축률 40%대 달성하려면 산업생산 10% 이상 감소

국민 동의 절차 없이 강행땐 이행과정서 갈등 불보듯

탄소중립위원회는 다음 달 오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일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해 NDC를 공표하겠다고 밝힌 만큼 위원회 안이 공개된 뒤 공론화가 이뤄질 기간은 넉넉하게 잡아도 3개월에 불과하다. 정부 추산 274조 원 이상의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대형 프로젝트를 밀어붙이면서도 국민 동의를 구하는 절차나 이행 비용을 누가 어느 정도 분담할지에 대한 논의는 사실상 건너뛰겠다는 셈이다.



NDC는 공표한 후 목표치를 나중에 여건이 변했다고 다시 낮출 수 없도록 돼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감축 목표치를 내놓는 데 급급해 NDC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비용과 사회적 갈등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NDC가 정해지면 발전과 산업·수송 등 사회 전 분야에 전에 없던 변화가 불가피하다”며 “목표치를 못 박기에 앞서 일자리가 얼마나 줄어들지, 전기 요금은 얼마나 오르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의 동의를 먼저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2일 정부가 지난 2018년 대비 감축률 31.4%를 가정해 추정한 NDC 이행 비용을 살펴보면 발전 부문에 소요되는 비용은 195조 2,000억 원에 달한다. 비용 중 가장 많다. 산업 등 여타 부문에서 2030년까지 획기적인 탄소 감축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발전 부문의 경우 발전원 전환을 통해 탄소 감축이 비교적 수월하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이 많은 석탄 발전을 줄이고 액화천연가스(LNG)와 신재생 발전으로 공백을 메우는 방식이다. 2030년 석탄 발전 비중을 기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목표한 29.9%에서 20%로 축소 시 2,830만~4,820만 톤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발전 부문 다음으로 탄소 배출이 많은 산업 부문에서는 54조 1,0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조사됐다. 2050년 탄소 중립에 대응하기 위해 수소환원제철기법 등 미래형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철강과 석유화학·시멘트 업종에 쓰이는 화석연료를 친환경 원료로 대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종합한 것이다.

NDC 달성을 위해 필요한 비용은 정부가 추산한 것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번 조사에서 감축률(31.4%)을 설정했으나 관계 부처 간 논의 과정에서 많게는 42.5%까지 감축률을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앞서 감축률이 최소 40% 이상은 돼야 한다며 기준선을 제시한 터라 이행 비용은 더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문별로 살펴봐도 추가 인상 요인이 상당하다. 발전 부문은 석탄 발전 대신 LNG와 신재생 발전의 비중이 높아지면 발전원 간 정산 단가 차이만큼의 비용을 추가로 감당해야 한다. 전력 시장 통계 자료를 보면 2019년 발전원별 정산 단가는 1㎾h당 석탄은 86원 20전이지만 LNG와 신재생은 각 118원, 99원 98전이다. 발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발전량은 현재와 비슷한데 투입하는 원료 가격만 비싸지는 것이니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늘어난 정산 단가는 전기 요금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발전단지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의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적정 수준의 보상이 불가피한데 현재로서는 산정하기도 쉽지 않다.

산업 부문의 경우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액을 감안해야 한다. 정부는 공장 가동률 등 인위적인 생산 조절이 없는 NDC 수준을 32.5%로 보고 있는데 감축률을 그 이상으로 조정하면 생산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40% 수준의 감축률을 달성하려면 탄소 배출을 통제하지 않았을 때보다 산업 생산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세계 최고 에너지 효율을 갖춘 우리 제조 업체의 가동률이 떨어지면 우리보다 효율성이 떨어지는 중국 등이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하면서 국내 업체의 빈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했다.

문제는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탄소 감축을 이행할지에 대한 공론화나 비용을 누가 분담할지에 대한 논의가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급진적인 수준의 NDC가 확정되면 국내 생산량을 줄이거나 해외로 공장을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한다. 기업의 생산 감소나 오프쇼어링이 현실화하면 국내 일자리 또한 줄어들게 된다. 유 교수는 “일반 국민과 산업계로서는 NDC의 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관련 논의가 공개되지도 않고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NDC를 확정하면 훗날 이행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이 격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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