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재확산 등으로 정중동의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코스닥은 종가 기준으로 연중 최고치를 또 한 번 경신했다. 이달 들어서만 여섯 번째 고점 돌파다. 게임주와 친환경·2차전지 소재주 등이 산업 환경 변화와 구조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약진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 결과 바이오 일색이던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면면도 한결 다채로워졌다.
◇코스닥 이달만 여섯 번째 최고치 랠리=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5.25포인트(0.50%) 오른 1,055.50으로 거래를 마치며 연중 최고치를 다시 썼다. 지난 15일 1,054.31로 거래를 마치며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6거래일 만에 최고점을 재차 돌파한 셈이다. 이날 장중 최고치 역시 1,059.18을 기록해 지난 15일의 최고점이었던 1,055.82를 넘어섰다. 개인은 562억 원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698억 원, 58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올 4월 12일 20년 만에 1,000선 고지를 탈환했던 코스닥은 같은 달 20일 1,031.88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 반전했다. 900선 후반대에서 횡보세를 보이던 지수는 6월 중순부터 다시 1,000선을 회복한 후 안정적인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이달 들어서는 1일 1,035.64로 전고점을 돌파한 후 이날까지 연거푸 최고치 랠리를 펼치고 있다. 코스닥의 회복은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돌아오면서 가팔라졌다는 분석이다. 올 5월과 6월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5,048억 원, 2,011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던 외국인투자가들은 이달 들어 5,643억 원을 사들이며 완연한 매수세로 돌아섰다. 7월 외국인의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주도주 다변화…시총 상위주 대거 물갈이=외국인투자가들의 매수세가 게임·2차전지 소재주 등에 집중되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면면이 바뀐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지난해 연말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총 1위부터 5위까지를 바이오 기업들이 싹쓸이했지만 이날 기준으로는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와 셀트리온제약(068760) 2개 종목을 제외하고는 모두 물갈이가 됐다. 모바일 게임 신작 ‘오딘’의 성공으로 최근 한 달 사이에만 시가총액이 4조 원 이상 상승한 카카오게임즈(293490)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주로 주목받고 있는 에코프로비엠(247540), 자사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 판호를 발급받으며 글로벌 진출 기대감이 부풀고 있는 펄어비스(263750) 등이 시총 2,3,5위를 일제히 꿰찬 것이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개 종목까지 범위를 확장해보면 바이오의 위축과 게임·2차전지 소재주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코스닥 시총 상위 15개 종목 중 바이오 기업은 절반이 넘는 8개를 차지했다. 시가총액 비중 측면에서도 8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56조 원에 달해 상위 15위 시총의 70%에 달했다. 하지만 이날 기준으로 시총 상위 15위 중 바이오 기업은 6개 종목에 그쳤으며 합산 시총의 비중도 49.5%에 그쳤다. 시총 상위 종목에서 차지하는 금액 비중이 절반 이하로 내려온 셈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시장의 이런 변화가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과거 코스닥 시장은 제약·바이오가 아니면 투자할 기업이 마땅치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제는 게임·미디어·소재·부품주 등으로 투자를 다변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의 상당수가 대형주 위주로 접근한다는 점을 볼 때 코스닥 시총 상위 종목들의 재편은 투자자들의 관심 범위를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코스닥 시장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성장주,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이다보니 코스피·전통주와 비교해 흥망성쇠가 활발하다”며 “지금 성장의 기세가 계속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주 부진속 중소형주 강세 지속 가능성=연일 고점을 높여가고 있는 코스닥에 대해서는 당분간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힘 있게 올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대형주들이 만족스럽게 오를 여지가 보이지 않으니 역설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곳에서 수익률 게임을 하겠다는 투자 심리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학균 센터장 역시 “논란은 있지만 글로벌 경기가 피크인 것은 아닌가라는 우려가 나오는 중인데, 경기가 고점을 치고 내려올 때는 성장주의 주가가 더 좋은 경향이 있다”며 ”여전히 코스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바이오가 아직 전고점을 회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코스닥의 상대적 강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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